조사 결과 15곳의 대기업 중 11곳의 매출이 줄었다. 매출 감소로 인한 투자 여력 위축으로 훗날 회복기가 왔을 때 재도약에 걸림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일보, 국내 재계 15대 그룹 분석 결과
7곳은 매출·영업이익 동시 감소
삼성전자도 상반기 매출(108조2913억원)이 지난해보다 0.2% 줄었다. 영업이익은 13% 늘었지만, 장사 규모 자체는 키우지 못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 늘었지만, 매출은 9.8% 감소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부터 비용 감축 노력을 해온 몇몇 기업들 중에서 코로나19 시기에 지출 감소와 겹쳐 영업이익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불경기가 오면 기업들은 관행적으로 줄어드는 매출액보다 더 큰 비용을 감축해 영업이익을 일시적으로 올리는 시도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버는 돈 자체가 늘어서 좋아 보일 수는 있지만, 시장 규모 자체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측면에서 절대 좋은 신호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까지 함께 줄어든 기업은 더 많다. 조사 대상 15개 기업 중 7개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했다.
글로벌 수요 감소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액이 7.4% 줄어든 현대자동차(47조1783억원)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최근 국내 판매량이 회복되고 판매관리비를 줄여 손실액을 최소화하고는 있지만, 1년 전보다 영업이익(2조626억→1조4541억원)도 큰 폭으로 줄었다.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했다. 두산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988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8118억원)에 비하면 87% 감소한 수준이다.
오프라인 유통기업도 올 상반기 애를 먹었다. 업계 맏형인 롯데쇼핑은 매출(-8.8%)과 영업이익(-82.0%)이 모두 줄었고, 이마트는 영업이익(-97.8%) 감소를 겪었다. 그나마 이마트는 새로 문을 연 점포와 창고형 마트인 트레이더스 매장들이 선방하면서 매출액(+13.4%)은 늘었다.
한국조선해양과 CJ제일제당은 매출과 영업익 모두 늘어
CJ제일제당은 오히려 코로나19 수혜를 본 기업이다. 가정용 가공식품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늘어난 덕이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여파가 걷힌 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느냐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어려운 시기를 맞아 그동안 불필요하게 썼던 비용을 줄이고 있다면 훗날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매출이 줄어든 탓에 필요한 설비를 못 사고 인재를 뽑지 못하고 있다면 타격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출 감소에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오히려 늘린 회사도 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10조5777억원을 R&D에 썼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4.5% 많은 금액이다. 현대차(15.2%)와 LG전자(2.3%)도 R&D 투자를 각각 늘렸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경기가 지속되거나 거쳐갔을 때, 차별화·전문화를 꾀했던 회사와 아닌 회사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기헌ㆍ이소아ㆍ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