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2학기 개학을 앞둔 수도권의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의 등교 인원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교육 당국의 방침에 학부모들이 혼란에 빠졌다. 특히 김씨처럼 1학기 때 돌봄 휴가를 쓰거나 친척의 손을 빌려 '육아 공백'을 메웠던 학부모들은 코로나 확산 초기의 겪었던 '보육 고통'이 재현될까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지난 16일 교육부는 내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2주 동안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유치원과 초·중학교의 등교 인원을 전체의 3분의 1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지난 13일 하루 1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15일에는 279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1~2일 등교…돌봄 비상 걸린 학부모들
이날 서울 강남구에서 중학생과 초등학생 딸 둘을 키우는 직장맘 박모(44)씨는 “내일(18일) 개학을 앞두고 학교에서 ‘3분의 1 등교’를 알리는 안내문이 왔다”며 “2학기엔 1학기와 달리 더 많이 등교할 줄 알았던 두 아이 모두 실망했다. 나도, 남편도 비대면 수업 들으며 집에 있을 아이들을 어떻게 뒷바라지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인천지역 학부모 커뮤니티 이용자는 "하루종일 심심하다는 아이들과 한 학기 동안 집에 머물게 생겼다"면서 "이제는 외출도 못 하는 상황이라,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우울하다"고 글을 남겼다.
직장을 그만둘지 고민하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온라인에선 아이를 돌보기 위해 퇴직을 고민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8일부터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경기도 파주의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어느 학부모는 "아이들 양육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려고, 커리어도 쌓으려 일을 시작했는데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라며 "아이들이 걱정돼서 곁에서 돌봐줘야 할 것 같다"고 글을 남겼다. 게시물에는 '마찬가지로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의 댓글이 여러 건 달렸다.
지난 16일 정부의 운영 제한 명령엔 300인 이상 대형학원뿐 아니라 중·소규모 학원도 포함했다. 청소년이 즐겨 찾는 PC방도 고위험 시설로 지정했다. 학생들 입장에선 갈 곳이 줄어 집에 머무는 시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개학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 등교 계획을 공지하지 않은 유치원이나 학교도 많아 학부모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전교생의 3분의 2 등교를 예상한 학교들은 주말 사이 바뀐 권고에 따라 다시 계획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사는 학부모 김모(37)씨는 "아직도 학교에서 문자가 오지 않았다"며 "아이가 다니는 학원도 계획을 알려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비수도권으로도 확산…더 나빠지면 전면 등교 중지
학부모들은 코로나19의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등교 제한 기간이 길어지거나 등교가 아예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방역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렸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등교를 전면 중단하고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3단계로 바뀔 수 있다. 17일 현재 학생 감염 우려가 큰 서울 성북·강북구와 경기 용인·파주·양평, 부산은 2주 동안 등교하지 않기로 했다.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2학기도 등교 수업이 줄어들어 1학기에 나타났던 학력 격차가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1학기처럼 비대면 수업이 더 늘어나면 공부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19일 회의를 열어 2학기 세부 학사일정과 원격수업에 따른 교육격차 해소 방안 등을 논의한다. 회의에서는 등교 방식, 방역 등과 함께 원격수업에 따른 학력 격차 대책도 논의할 예정이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