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저체온 치료요?”
의사: “쉽게 말해, 동물이 겨울잠을 잘 때는 에너지 대사가 느려지잖아요. 체온을 신속히 내려 최소한의 대사로 세포 손상을 막는 겁니다.”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악의 꽃’에서 주인공 백희성(이준기)은 물에 빠져 급성 심정지 상태가 된다. 드라마 속 의료진은 백희성에게 ‘저체온 치료’(목표체온 유지치료ㆍTTM)를 실시했고, 덕분에 그는 뇌 손상 등의 후유증 없이 깨어날 수 있었다.
치료적 체온 조절 요법으로 불리는 저체온 치료는 환자의 심부 체온을 낮춰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응급치료 방법이다. 드라마 속 의사가 설명했듯, 겨울잠과 같은 원리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신진대사를 줄이기 위해 체온을 낮춘다. 저체온 치료도 응급환자 체온을 32~34℃까지 신속히 낮춰 세포 파괴를 막는다. 체온을 낮추면 체온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양이 감소하는데, 이때 신체 대사도 느려지면서 세포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혈액의 흐름이 느려지면 손상 물질이 퍼지는 속도를 늦추고 심장이 다시 뛸 때 혈액이 급격히 쏟아지는 현상을 막아 혈관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저체온 치료법은 현재 국내 70여 곳 상급종합병원에서 심정지 환자나 심근경색 환자에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뇌경색 환자에게도 활발히 적용된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심정지가 온 후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32~36℃의 목표체온 유지 치료를 최소 24시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도 ‘2015 한국형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전문가용)’을 통해 같은 내용을 권장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환자에게도 저체온 치료 활용
저체온 치료의 적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저체온 치료 장비 ‘아틱선’을 공급하는 바드코리아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저체온 치료 건수는 2015년 약 8468회에서 2018년 약 1만5171회로 3년 동안 79% 증가했다. 바드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돼 치료비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접근성이 높아졌다”며 “향후 응급 상황에서 보다 폭넓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