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 문제(파묘론)는 워낙 많은 논란이 있다. 아직은 논의하기에 이른 것 같다”며 직접적인 견해 표명은 피했다. 김 후보는 “이 문제가 김원웅 회장 때문에 확대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의 책무는 시급한 국민 신뢰 회복이나 코로나19로 빚어진 경제회복, 당면한 코로나19 재확산 예방에 역량을 총결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후보 측은 “파묘까지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박주민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친일 표시를 하는 것까진 찬성인데, 이장은 신중해야 한다”며 “광복회의 공식 입장은 친일 행적을 표시하거나, 표시를 반대할 경우 이장한다는 것으로 안다. 우리 입장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개개의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광복회장으로서는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을 차분하게 따져보지 않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또 웬일인가, 그런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광복절을 계기로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하지만, 표현에 있어선 국민통합 관점을 더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앞서 박주민 후보는 지난 15일 김 회장을 만나 “광복절 축사 말씀을 깊이 새기고 있다”고 했다.
한편 김 회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야당을 겨냥해 날 선 발언을 내놨다. 그는 “저한테 욕하고 하는 것 보면 스스로 친일비호세력이라는 것을 커밍아웃 인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제 앞잡이였던 사람을 비호하는 사람은 광복절 행사에 참석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 지역 광복절 경축식에서 현장 반박 연설을 한 원희룡 제주지사엔 “그분 참석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그는 파묘의 방법과 관련해선 “가족에게 선택하도록 하고 싶다. 이장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안 할 경우에 그 묘지 앞에 친일행적비를 세우겠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김 회장은 이날 이승만 전 대통령, 고(故)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도 혹평을 보탰다. 독립운동가인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선 “독립운동이 과장된 면이 많다. 해방 이후에는 미국에 빌붙어 미국 국가이익을 챙겼다”며 이완용과 견줬다. 백 장군에 대해선 “6·25 전쟁이 난 날과 다음 날 백 장군이 이끌던 육군 1사단이 나타나지 않았다. 1사단 참모·장교들이 다음 날 한강을 넘어 도망갔는데, 그것만 갖고도 사형감”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에서 그의 군사독재 시절 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 당료 이력을 문제 삼은 것과 관련해선 ‘생계형’이었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공개채용 시험을 거쳐 공화당 사무처 직원으로 들어갔고, 전두환 집권 후 그대로 민정당이 됐다. 그것으로 생계를 꾸리고, 젊은 시절 가정을 꾸려나갔다”면서다.
현직 광복회장의 공개 주장으로 여당 당권 주자들까지 입장을 밝히는 상황에 놓이면서 당내엔 “코로나19 위기 상황인데 파묘 타령하는 건 국민 입장에선 노이즈”(비수도권 재선 의원)라는 회의론과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얘기한다면, 사회통합을 얘기할 게 아니라 확실히 (파묘)할 필요가 있다”(김남국 의원)는 강경론이 혼재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선 현충원 내 친일파 묘에 친일행적을 표시하거나, 이장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5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권칠승·김홍걸·전용기 민주당 의원들이 이장을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의 같은 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한 상태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