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CCTV에 그가 자주 나온다…후춘화, 리커창 후임 급부상

중앙일보

입력 2020.08.17 00:39

수정 2020.08.17 09:51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중국 정치인의 무게는 중앙텔레비전(CCTV)의 뉴스 출연 빈도와 정비례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최근 60년대생 한 정치인의 약진이 두드러져 차이나워처의 주목을 끈다.
 

후춘화 중국 부총리가 지난 4월 이후 거의 매주 지방 시찰을 나가고 이를 중국 중앙텔레비전이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차기 총리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후춘화(胡春華, 57) 부총리가 주인공이다. 홍콩 명보(明報)와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 등에 따르면 후 부총리는 지난 4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4개월 동안 무려 14번이나 지방시찰에 나섰다. 거의 매주 나간 셈이다.

4~8월 넉 달간 14차례 지방 시찰
중국 CCTV, 후춘화 동정 집중 보도
연령 우세와 부총리 경험이 큰 강점

 

후춘화 부총리 최근 지역행보

북으론 지린(吉林)성, 남으론 하이난(海南)성, 동으론 저장(浙江)성, 서로는 신장(新疆)까지 중국의 동서남북을 누비고 다녔다. 수행 인물 면모도 만만치 않다. 상무부장 중산(鍾山)과 한창푸(韓長賦) 농업농촌부장 등 국무원 각 부처 장관이 후 부총리를 따랐다.

 

후춘화 중국 부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달 5일 충칭 시찰에 나섰을 때 충칭 당서기 천민얼(오른쪽 첫 번째)이 나와 맞았다. 천민얼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이다. [중국 앙스신문 캡처]

 
현지에선 두자하오(杜家毫) 후난(湖南)성 당서기나 후허핑(胡和平) 산시(陝西)성 당서기 등 각 지방의 수장이 후춘화를 맞았다. 그는 중국의 부총리 4명 중 서열 3위로 농업과 빈부타파, 사회보장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빈곤탈피개발영도소조 조장으로, 시 주석에게 주어진 역사적 임무인 2020년까지 중국에서 가난을 몰아내겠다는 ‘전면적인 소강(小康)사회’ 달성을 위해 앞장서 지휘 중이다. 후춘화가 성공해야 시진핑이 빛이 나는 구조다.


 

지난 3일 빈곤타파를 독려하기 위해 티베트자치구 시찰에 나선 후춘화 부총리가 현지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국 앙스신문 캡처]

 
눈여겨볼 건 후춘화의 행보가 CCTV에 대서특필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3월 부총리가 됐을 때 저자세로 일관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웃는 얼굴에 자기 뜻을 자유롭게 밝히는 등 시 주석의 신임을 받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중국 매체가 후춘화의 동정을 자주 전하는 이유는 뭘까. 차기 권력 구도 개편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리커창(李克强) 현재 총리를 이을 차기 총리로 후춘화가 꼽히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부총리 4명 중 서열 3위로 농업 문제를 맡고 있는 후춘화(중국 오성홍기 앞)가 지난 7월 10일 농업농촌 문제와 관련해 영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은 201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앴다. 이변이 없는 한 시진핑이 계속 주석을 맡는다. 그러나 ‘총리와 부총리, 국무위원은 연속으로 두 번 맡을 수 없다’는 중국 헌법 제87조 규정은 바뀌지 않았다.
 
2023년 봄이 되면 시진핑은 계속 주석으로 있겠지만 2013년 취임한 총리 리커창은 내려와야 한다. 다음엔 누가 총리가 될까. 최근 후춘화 부총리를 띄우는 중국의 속내가 바로 여기에 있다.
 

후춘화 중국 부총리는 4월 중순부터 8월초까지 넉 달 동안 무려 14차례 지방 시찰을 나섰다. 지난 3일 티베트자치구 시찰에 나선 후춘화. [중국 앙스신문 캡처]

 
후춘화는 당초 시진핑-리커창의 중국 5세대 지도부에 이어 6세대 지도부의 리더로 꼽히던 인물이다. 중국엔 지도자 승계 문제와 관련해 현 지도자는 차기가 아닌 한 세대를 뛰어넘어 차차기 지도자를 낙점한다는 ‘격대지정(隔代指定)’의 묵계가 존재했다.

 
2세대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3세대 리더 장쩌민(江澤民)의 뒤를 이을 인물로 후진타오(胡錦濤)를 지명하고, 장은 후진타오 후임으로 시진핑을 낙점하는 방식이다. 후진타오는 시진핑 후계자로 자신과 같은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출신 후춘화를 준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8년 헌법 개정에 따라 국가주석 연임에 대한 제한이 없어져 장기 집권이 예상된다. [중국 신화망 캡처]

 
그러나 이 같은 권력승계 작업은 시진핑이 장기 집권의 ‘1인 체제’를 갖추며 사실상 무너졌다. 이에 따라 총서기 후보인 후춘화가 이제는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후춘화의 총리 등극은 떼놓은 당상일까.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총리가 되기 위해선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를 구성하는 정치국 상무위원이 돼야 한다. 여기에 나이 제한의 ‘치상빠샤(七上八下)’라는 잠규칙(潛規則)이 있다.

 

지난 2013년 3월 중국 총리가 된 리커창은 총리의 경우 5년 임기 두 번만 가능한 헌법 규정에 따라 오는 2023년 3월에는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로이터=연합뉴스]

 
67세는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수 있지만 68세는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2022년 가을 20차 당 대회 때엔 현재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72세가 되는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68세가 될 한정(韓正) 상무 부총리는 퇴진한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또 25명의 정치국 위원 중에서 올라간다. 현재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뺀 18명 중에서 나오는 것인데 이 18명 중 9명은 2022년엔 68세 이상이 돼 탈락한다. 이제 총리 후보는 9명으로 좁혀진다.

 

시진핑 주석-리커창 총리 체제의 뒤를 이을 중국의 6세대 지도자로 주목 받았던 후춘화 부총리(왼쪽)와 천민얼 충칭 당서기. [연합뉴스]

 
또 총리는 보통 5년 임기를 두 번 해 10년을 한다. 그러려면 1960년 이후 출생자가 총리가 돼야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남은 9명 중 60년대생은 63년생 후춘화와 60년생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 당서기, 62년생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주임 등 셋이다.

 
천민얼이나 딩쉐샹 모두 시진핑 주석의 측근이다. 한데 역대 중국의 총리는 초대 저우언라이(周恩來)를 빼고는 모두 반드시 부총리를 역임하며 단련했다. 60년대생 세 명의 정치국 위원 중 부총리를 맡아 경험을 쌓고 있는 인물은 후춘화 한명 뿐이다.

 

후춘화 중국 부총리는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과 같은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으로, 한국 정치인들과도 적지 않은 친분을 쌓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따라서 최근 중국의 후춘화 띄우기는 그를 차기 총리로 만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말이 나온다. 후는 1963년 4월 후베이(胡北)성 우펑(五峰)현에서 태어나 16세 때 현 전체에서 문과 장원을 차지하며 베이징대 중문학과에 입학한 수재다.
 
자진해서 티베트 등 오지 근무를 마다치 않아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며, 적지 않은 한국 정치인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온화하며 합리적인 성품인 데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는 식으로 겸손해 평판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