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끝자락은 4대강 책임론이 장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번 피해를 놓고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라고 말했다. 이에 이재오 전 의원은 “4대강 16개 보를 안 했으면 이번 비로 나라의 절반이 물에 잠겼을 것”이라며 맞섰다.
4대강 사업은 정치권 공방 기간만 놓고 보면 역대급이다. 이명박 정부가 22조원을 들여 2009~2013년에 진행한 4대강 사업은 재검증만 수차례 거쳐야 했다. 담임선생님이 바뀔 때마다 캐비넷에 넣어둔 시험지를 꺼내 다시 채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꾸려진 민관 합동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4대강 본류 주변에서는 홍수 위험이 낮아졌다”고 결론 내렸다. 문재인 정부에선 감사원이 4대강 감사를 따로 진행했다. 감사원은 2018년 7월 4대강 홍수 피해 예방가치를 0원으로 책정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홍수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단서를 붙여 홍수 예방 기능이 전무하다고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렸다. 정책 효과는 온데간데없고 감정과 심리만 남은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을 캐비넷에서 다시 들춰낸 심리는 뭘까. 앤서니 그린월드 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가 주창한 베네펙턴스(Beneffectance)는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주장의 핵심은 인간의 심리는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다는 것이다. 그는 1984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베네펙턴스를 이렇게 설명했다.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훌륭한 문제였다고 말하겠지만, 그저 그런 성적을 받은 학생은 형편없는 테스트였다고 말할 겁니다.” 정부가 어떤 핑계를 대도 이번 장마 대처에서 그저 그런 성적을 받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