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도구인 블랙 보드(Blackboard), 줌(Zoom), 행아웃(Hangouts) 같은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는 ‘나타난 것’들이다. 선생과 학생 사이, 학생과 학생 사이의 대면은 ‘사라진 것’들이다. 수업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한 음성과 화상이 주도하고, 비언어(얼굴, 눈, 제스처, 움직임, 거리와 공간 조절, 감정전달)와 토론·협력·경쟁·반면교사를 통한 학습과 이해는 퇴각 중이다. 비대면 원격 강의에서는 정보 전달에 우선하게 되니 정보를 교환하고 생각을 비교하고 대조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인간의 체취(smell of human beings)가 부재하니 무미건조하기 십상이다.
코로나, 대면의 중요성 일깨워
디지털 활용은 바람직하지만
온라인만의 교육 달성은 불가능
대학이 비대면 강의를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방향이다. 디지털 정보통신혁명이 365일 24시간 빛의 속도로 세계를 연결함으로써 성취한 ‘거리의 소멸’(『거리의 소멸, 디지털 혁명』, 케언크로스)을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활용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2012년 캠퍼스 공간 없이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하는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미네르바 대학이 그런 사례다. 수업과목을 최소화하고 세계 7개 도시에서 오프라인 공동생활을 도입한 혁신적 방식으로 하버드와 예일대 못지않게 입학하기 어려운 학교가 되고 있다.
2001년에 MIT를 중심으로 진행된 ‘개방형 온라인 강좌’ 무크(MOOC)는 국경과 계층을 넘어 누구에게나 고등 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부여함으로써 미국 대학의 25% 또는 50%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예견을 낳았다.
그러나 대학의 가치를 효율적인 온라인 교육환경 구축과 동일시해서는 곤란하다. 대학은 단순한 공간(space)이 아닌 장소(place)로서의 대학을 젊은이들에게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간이 강의실·연구실·도서실·체육관과 같은 건물과 시설로 채울 수 있는 것이라면, 장소는 구성원의 교류를 통해 의미를 생성하는 존재다(『Space and Place』, Tuan). 대학은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인간의 관계와 협력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장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대면 상황의 수업과 활동을 통해 인지적·정서적·행동적 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공동체의 역할을 해야 한다.
산업혁명 이래 기술 발전이 보여준 생산성 향상은 기술을 흠모하는 기술지상주의를 낳았다. 그러나 기술은 한편으로 외로움·소외라는 문제점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현대사회는 경험하고 있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빅데이터, 홀로그램과 같은 디지털 정보기술이 대학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교육의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학기는 온라인 디지털 기술만으로 지(智)와 덕(德)과 체(體)의 고양이라는 교육의 본질을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교수·학생·동료와 선후배가 대면하는 교육환경이 하루빨리 복원돼야 하는데, 꺾일 줄 모르는 코로나의 위세를 보는 심정이 착잡하기만 하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