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전 대통령을 직함 없이 지칭하며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했고, “친일·반민족 인사 69명이 지금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다”고 했다. 또 “안익태가 베를린에서 만주국 건국 10주년 축하 연주회를 지휘하는 영상이 있다”며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애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는 주장도 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애국지사 4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애국가를 4절까지 따라 부른 뒤에 연단에 올라 한 말이다. 비슷한 시간대 제주 등 광역단체의 광복절 행사에서도 김 회장의 기념사가 대독(代讀)됐는데 수위는 더 높았다. “맥아더는 한국 국민들의 친일 청산 요구를 묵살했다” “이승만이 집권해 국군을 창설하던 초대 국군참모총장부터 무려 21대까지 한 명도 예외 없이 일제에 빌붙어 독립군을 토벌하던 자가 국군참모총장이 됐다” “대한민국은 친일파의 나라, 친일파를 위한 나라가 됐다” 등이다.
광복절 기념사 “친일파 청산” 논란
원희룡·이철우, 현장서 강력 반발
통합당 “김, 공화당 참여는 괜찮나”
민주당 “부조리에 대한 문제 제기”
반면에 통합당에선 ‘지지율 회복을 위한 여권의 반일 띄우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배준영 대변인은 “(김 회장의) 편가르기에 동조하는 여당 인사들에게 묻는다. 75년 전의 극심한 갈등으로 회귀하고 싶은가”라며 “광복절이 상처를 입었다”고 논평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여권의) 지지율이 떨어지니 다시 ‘토착왜구’ 프레이밍을 깔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모두가 함께 잘살아야 진정한 광복”이라며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헌법 10조의 시대”라는 새 화두를 던졌다. 하지만 김 회장의 기념사 논란이 커지면서 문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가 묻혀버리는 모양새가 됐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