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표가 이렇게 기분 내키는 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쏠릴 것이라는 게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가 4년 전 적중시킨 족집게 전망 중 하나였다. 1998년 프로레슬러 출신 주지사 제시 벤추라가 미국에서 똑똑하다고 이름 난 미네소타 주 선거에서 이긴 것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투표 행위에 기인한다고 무어 자신이 설명한 『제시 벤추라 효과(The Jesse Ventura Effect)』의 트럼프판이다.
꽤 흥미롭던 기억을 다시 소환한 건 무어의 최근 MSNBC 인터뷰였다. 대선 예측 논쟁에 기름을 부은 무어의 일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사악한 천재성을 과소평가하지 말라”였다. “그가 어려운 선거 판세를 뒤집으려고 수많은 책략을 준비해놓고 있다”며 “선거 연기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다소 황당한 경고도 했다.
그런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모습은 안 보인다. 다 된 밥에 재 뿌릴까 부자 몸조심하듯 철저한 은둔 행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자 지명 때 깜짝 조명을 받았지만, 지하벙커에서 벗어날 조짐은 아직 없다. 바이든 지지자의 67%가 바이든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트럼프가 싫어서 바이든을 찍는다고 하는 판이다. 트럼프 대 반트럼프 구도는 고착화하고 있다.
최근 전국 단위 여론조사 10개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평균 8%P가량 계속 앞선다. 그러나 돈줄은 트럼프 캠프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지난달 1억6500만 달러를 모아, 석 달 만에 바이든 캠프를 2500만 달러 앞질렀다. 트럼프 캠프는 “침묵하는 다수의 기부자 덕분”이라고 선전한다.
나이아가라 폭포 미국 쪽 관광객은 급증 추세다. 호텔 점유율이 한 달 새 58% 늘고, 웹사이트 방문은 138% 증가했다고 한다. 폭포에서 아찔한 상상의 나래를 펴는 유권자의 마음이 이번엔 어디로 향할까? 미국 대선은 여전히 예측 불가다.
임종주 워싱턴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