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엄한 감시망 피해 밀서 전달한 독립군
이 나무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독립군의 안전을 지켜줬다는 데서 ‘독립군 나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나무가 서 있는 길목은 오래전 서울과 전라도를 이어주는 지름길이 있었다. 동쪽으로 경북 김천, 서쪽으로 충남 금산, 남으로 전북 무주, 북으로는 서울로 갈 수 있는 요충지였다.
충북 영동 학산면 박계리 독립군 나무 눈길
독립투사에 일제 잠복 상황 알리는데 활용
3·1운동 때 독립선언서 남부지방 전달 도움
3·1운동 때에는 서울에서 남부지방으로 독립선언문을 전달하는 데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주민 이종철(74)씨는 “숲속에 숨어있던 독립군들이 느티나무에 걸린 헝겊을 보고 안전하게 길을 지나갔다”며 “일본인의 감시를 피해 전국 규모의 독립운동을 전개하는 데 독립군 나무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일제가 물러간 뒤 마을 주민들은 이 나무를 ‘독립군 나무’ 또는 ‘독립투사 느티나무’로 부르고 있다. 독립군 나무에 대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광복절이 되면 박계리를 찾는 학생들과 사진작가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영동군은 2018년 나무 주변에 둘레석을 두르고 정자도 새로 지었다. 주민들은 나무 주변에 쓰레기를 줍거나 풀을 깎는 등 경관을 보호하고 있다. 주민 김이선(64)씨는 “수많은 애국지사의 넋이 깃든 독립군 나무는 마을의 수호신 같은 존재”라며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을 오래도록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동=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