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판사직을 시작해 창원지방법원장, 부산지방법원장 등을 두루 거치며 판사로만 살아온 그는 예상치 못하게 코로나19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이것을 ‘인연법’이라 부른다.
강 부장판사는 올해 2월부터 판사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6개월의 연구년을 갖게 됐다. 태국 행정대법원의 초청을 받아 사법 정보화 구축, 방법론을 전수해 주기로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출국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제주도 한 달 살기도 계획했었지만 가족들이 비행기 탑승을 꺼려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코로나19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국내 기사의 내용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직접 10여 개국 이상의 코로나 관련 외신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구글 번역과 스마트폰의 노트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꾸준히 정리하다 보니 방대한 분량이 완성됐다.
강 부장판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등은 엄청난 예산을 들여 메이저 글로벌 제약사와 백신 계약을 이미 맺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체 백신 개발을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강 부장판사는 “한국도 치료제와 백신 독자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개발이 불가능하다면 합작이나 선 구매 계약과 같은 선제적 조치가 당장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기계 등에 관심을 가져 손자 세대보다 더 잘 활용하는 파워유저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호기심과 열정을 갖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생의 진정한 성공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분간 온라인 활동은 멈출 계획이다. 코로나19 외신 정리도 혼자서는 꾸준히 하겠지만, 외부와 공유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13일 법원에 복귀했고,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모든 사건에 더욱 사랑과 정성을 투입해 공정하고, 공평한 재판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