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아니한다.”
1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박성규 부장판사는 손혜원 전 의원의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기소된 손 전 의원에 대해 박 부장판사는 집행유예 없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특별한 사정 없으면 구속해야”
실제로 대법원의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피고인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할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는 규정이 명시돼있다. 불구속 상태의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할 때는 법정구속이 원칙인 셈이다. 그러나 재판 실무에서 이러한 예규가 반드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민지환 변호사(법무법인 YK)는 “범행 정도가 경미하거나 상대방과 원활한 합의 진행이 필요할 경우 판사 재량에 따라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 이어진 법정구속 기준
법정구속은 형량의 경중과도 무관하게 이뤄졌다.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손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법정구속을 면했다. 이후 진행된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성추행 사실을 문제 삼는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받고 법정구속 됐다. 그러나 안 전 검찰국장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예규에 명시된 ‘특별한 사정’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비판과 함께 예규 자체가 무색해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불구속 재판이 원칙”
판사 출신의 서기호 변호사(전 정의당 국회의원)는 “2003년에 제정된 예규로 인해 실형은 곧 법정구속이라는 잘못된 관행이 굳어져 불구속 재판의 원칙이 변질됐다”며 “예규를 폐지하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2심, 3심에서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전 수석에게 실형 선고 후 구속을 하지 않았던 1심 법원은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다퉈보는 게 타당하고 구속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고 사유를 밝혔다.
“법정구속 기준 다시 마련해야”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