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방문한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의 수원시청사. 청사 주변의 주차 공간 바닥엔 짙은 갈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주차장 바닥엔 사각형ㆍ원ㆍ원뿔 모양의 빈 공간도 보였다.
수원시 수질환경과 홍남석씨는 “시청사 주차장과 인근 도로 모두 여느 아스팔트, 콘크리트 재질이 아니다. 작은 틈과 구멍이 있어 빗물이 스며들 수 있는 ‘투수성(透水性) ’ 콘크리트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주차장 곳곳의 빈 곳엔 잔디 등 식물을 키울 예정이다.
물관리 백년대계 세우자
'물의 도시' 수원(水原)의 LID 실험
물의 순환을 도와 홍수를 막고 오염을 줄이는 저영향개발(LID, Low Impact Development) 기법을 적용한 것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LID를 도입한 결과 시청 부지 내 빗물 침투량은 191% 늘었고 표면 유출량은 16.9% 감소했다"며 "동시에 녹지가 늘면서 공무원은 물론 시민도 휴식공간으로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LID는 도시 내 조경 공간과 유수 시설을 확보해 물 순환 상태를 최대한 개발 이전에 가깝게 유지하는 게 목표다. 도심 홍수를 막는 효과도 크다. 도시가 폭우 피해에 노출된 이유 중 하나는 지면이 물을 머금지 못하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구조물로 덮여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폭우가 내리면 빗물이 아스팔트 도로 등을 타고 한순간 저지대나 하수관으로 모이고 제때 빠져나가지 못해 침수가 발생한다. 서울 도심의 경우 물을 흡수 못 하는 '불투수면'이 지면 전체의 80%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저지대인 종로구 광화문과 강남구 양재동에 침수 현상이 잦다. 환경부의 '홍수피해 상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심지 침수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으로 도시화로 인한 불투수층 증가 등이 꼽혔다.
폭우 대비는 물론 열섬현상, 수질 개선도
미국ㆍ독일 등에선 30여년 전부터 도시 개발에 LID 기법을 도입했다. 미국 워싱턴주는 2002년 관련 조례를 제정한 이후 강·호수의 부유물질, 질소·인 성분 등 수질오염이 60% 이상 저감됐다.
국내엔 2012년에 들어서야 본격 논의되고 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 조성된 '빗물유출제로화단지'도 빗물을 흡수하는 블록, 흙과 자갈로 만들어진 수로 등을 조성한 결과 BOD(생물학적 산소 요구량)를 낮추는 등 효과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 "LID 기법 확대해야"
전문가들 사이에선 '저영향개발'을 넘어 '무영향개발'을 목표로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한무영 서울대 빗물센터장은 "영향을 적게 하자는 것보다 아예 물 상태가 도시 개발의 영향을 아예 받지 않도록 하는 ‘제로영향개발’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센터장은 "산이 많은 국내 도시 지형을 고려해 LID 기법을 산지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최모란·편광현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