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백년대계 세우자〈상〉
지난 6월 10일 제주도에서 장마가 시작된 이후 이달 11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47개 측정지점)은 909.2㎜에 이른다. 평년 중부지방 장마철 평균 강수량(366.4㎜)의 두 배가 넘는다. 전국 연평균 강수량 1300㎜의 70%가 두 달 사이에 쏟아졌다.
도시 내 홍수관리는 지자체·행안부
댐 관리도 수자원공·농어촌공 얽혀
지난달 이미 주요 댐 수위 높았지만
8월 폭우 내리자 방류, 피해 키워
폭염·가뭄·홍수 종잡기 힘든 시대
정부 대응 허술하고 전략도 없어
폭우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8월 들어 발생한 이재민이 7600명을 넘어섰고 사망·실종 42명, 시설 피해만 1만8000여 건이다. 주택 4000채가 물에 잠기거나 토사에 매몰됐다. 농경지 침수도 2만㏊나 된다.
섬진강댐·용담댐·남강댐 등 인근 주민들은 댐 수위를 조절하지 못하고 방류한 탓에 피해가 커졌다며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을 비판한다.
이미 지난달 25일 전국 주요 다목적댐의 수위는 예년(2011~2019년 평균)보다 높았다. 금강 상류의 대청댐 수위는 7월 25일 기준 76.1m로 예년(70.2m)보다 8% 높았다. 댐 구조상 저수량은 10% 이상 더 많다는 이야기다. 낙동강 상류 임하댐(6.4%)과 섬진강댐(6%) 등 주요 댐도 수위가 높았지만 적극적으로 방류하지 않았다.
기상청의 빗나간 장기예보도 한몫
댐의 물을 미리 방류하지 않은 배경에는 기상청의 빗나간 장기 예보가 한몫했다. 7월 16일과 23일, 30일의 기상청 1개월 예보는 8월 초 강수량이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속적인 오보를 냈는데, 이를 믿고 댐 수위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제방 붕괴는 지난 9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250m 지점 장천배수지에서도 일어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원 국토보전연구본부장은 “낙동강 제방 붕괴 현장을 다녀왔는데, 파이핑 현상에 의한 붕괴로 판단된다”고 했다. 파이핑(Piping) 현상은 모래 지반에 물이 스며들어 수로가 생기고 파이프 모양으로 구멍이 뚫리면서 지반이 무너지는 것을 말한다. 김 본부장은 “낙동강 제방 붕괴 당시 수위는 최대 허용 수위보다는 1m가량 낮았다”며 “이런 상태에서 제방이 무너진 것은 결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낙동강 제방 보완 지적에 “문제없다”
수해 피해가 잇따르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물관리나 홍수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2018년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물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일원화하면서 홍수 예보 등을 담당하는 홍수통제소는 환경부로 넘어갔다. 그러나 제방 등 하천 공사와 시설 관리 업무는 여전히 국토교통부가 맡고 있다. 여기에 도시 내 홍수 관리는 지방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의 몫이다.
지난해 7월에는 국가 물관리위원회도 설치됐지만, 4대강 보 처리 문제로 별다른 성과 없이 1년을 보냈다.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김성준 교수는 “물관리가 제대로 되려면 도랑에서 하구까지, 수자원과 수질을 포함하는 일원화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며 “물관리와 관련한 종합적인 비전과 계획, 즉 그랜드 디자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편광현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