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나네”…원사 앞에서 대위 욕했다가 재판 넘겨진 상병
그러던 중 일병으로부터 “행보관님이 정신건강의학과 소속 대원들을 찢어서 각각 다른 생활관에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A씨는 화가 났다. 원사도 있는 자리였지만 “왜 맨날 우리한테만 지X이야. 힘든데 X나 짜증 나네. XX”라고 불만을 표현했다. 또 “대장도 우리 일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지 않냐? 진짜 X같다 XX”라고 말해 원사로부터 꾸중을 듣자 “죄송합니다”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원사는 이를 상부에 알렸고, A씨는 대위 B씨와 행정보급관이던 상사 C씨 등 상관을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저속한 표현일 뿐 경멸적 표현은 아냐”
2심이 제시한 모욕죄 성립 요건 세 가지
①피해자가 특정되었나. 명예훼손죄는 반드시 그 사람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면 성립한다. 이는 모욕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A씨가 비록 상관들의 이름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행보관에 관한 이야기를 듣자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고, 또 ‘대장’이라고 언급했으므로 피해자는 B씨와 C씨로 특정됐다고 2심 재판부는 인정했다.
②모욕에 해당하는가. 법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2심 재판부는 “지X이다” “X같다” “씨X” 등이 포함된 A씨의 발언은 무례한 것을 넘어 상관들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봤다.
③공연성을 충족하는가. 특정할 수 있는 누군가를 속으로 욕했다고 해서 모욕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행위여야 비로소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다. A씨와 대화했던 일병은 법정에서 “그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A씨가 하는 말이 아마도 다 들렸을 것이다”라고 진술했고, 2심 재판부는 공연성의 요건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에 따라 A씨가 유죄라고 봤지만, 선고를 유예했다. A씨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이미 A씨가 전역해 재범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
대법원 “상관모욕죄 맞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