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 주민 안모(69)씨는 “멀쩡한 산을 깎아 발전소를 만들더니 큰비에 흙탕물과 토사가 아래로 내려왔다”며 “평생 이곳에서 살았지만 이런 물난리는 단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제천에는 지난 2일부터 이틀 동안 300㎜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주민·지자체, 태양광 영향 놓고 대립
이틀간 비 300㎜ 쏟아진 제천 마을
패널이 논·밭 밀려와 농작물 피해
정부 “이번 계기로 안전기준 강화”
제천시 대랑동의 800㎾급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도 최근 내린 큰비에 무너져 내린 모습이었다. 설비를 지지하던 토사와 태양광 패널 수십 장이 논으로 쓸려들어가 농작물에 피해를 줬다. 충주시 주덕읍 장록리와 앙성면 조천리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은 산사태까지는 아니지만, 산에서 쓸려내려온 흙과 자갈이 인근 농경지에 들어가 있었다. 발전시설 소유주 송모(53)씨는 “태양광 패널이 쓰러지지 않게 축대를 깊게 박고, 방수포로 바닥을 덮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야산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시설은 전국에 1만2721곳에 달한다. 이번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이 산사태를 유발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에 산림청은 10일 “6월 이후 산사태 피해 건수(1079건)와 비교하면 태양광 시설 관련 산사태 피해(12건)는 1.1% 수준”이라며 태양광 시설과 산사태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충북도 관계자는 “태양광 시설이 산사태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장마 같은 경우 긴 시간 많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림청은 2018년 4월 ‘태양광 발전소 산사태·투기 우려 심각…산림청, 대책 마련 나선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위해 나무를 벌채하면서 경관 파괴, 산사태, 토사 유출 등의 피해도 우려되는 실정”이라고 했었다.
문창열 강원대 건설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벌목을 한다는 점에서 산지 태양광이 산사태를 야기할 가능성은 있지만, 배수시설을 어떻게 갖추었느냐에 따라 지역마다 상황은 다른 것 같다”며 “보강공사 기준을 강화하고, 기존 법률로 허가가 난 시설에 대해서는 행정명령이나 조례를 제정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태양광 발전시설의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시설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집중호우와 같은 기후 위기 상황을 고려해도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지 살펴보고 보완할 점이 있다면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천·충주=최종권·박진호 기자, 이가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