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에 또 비검찰 출신…엘리트 검사보다 7전8기 오뚜기 관료 택해

중앙일보

입력 2020.08.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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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청와대 민정수석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긴급점검회의에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김종호(58)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5대 권력 기관(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감사원)을 관할하는 자리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은 6명 모두 검찰 출신이었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김조원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에 이어 또 비검찰 출신에게 돌아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이번에도 비검찰 출신인 김종호 신임 수석을 임명한 데는 검찰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초대와 3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펴낸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민정수석을 두 번 하면서 검찰 개혁 일환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못한 일을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유일하게 검찰과의 전용회선이 민정수석실에 연결돼 있었는데 바로 끊도록 했다”며 “사소한 일 같지만 그런 것들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고 생각했다”고도 적었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검찰 개혁이 현재 정부 과제 중 가장 중요한데 검사 업무를 모르는 사람이 민정수석으로 온 점을 우려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검찰개혁 이슈는 민정수석이 아닌 이광철 민정비서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느낌”이라며 “민정수석 최대 현안이 검찰개혁과 수사권 조정인데 전혀 전문성이 없는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을 앉혔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검찰과 경찰, 국정원을 통제해야 할 민정수석인데 감사원 출신이 제 역할을 할지 의문”이라며 “민정수석은 검찰 문제에 신경 쓰지 말고 감사원의 원전 이슈만 챙기라는 사인 같다”고 평가했다. 


사법시험 계속 떨어져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

 
다만 김 수석 성격이 강인하면서도 우직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김 수석은 부산중앙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대 80학번으로 입학했다. 이후 1993년 행정고시로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사법시험에 계속 떨어지자 일찍 합격해 법무관으로 일하던 대학 동기를 찾아가 술자리에서 펑펑 울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뒤늦게 감사원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 서기관으로 3년 이상 근무했다. 이번 정부에선 2017년 5월~2018년 8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거쳐 2018년 9월~2020년 8월 차관급인 감사원 사무총장에 올랐다. 그의 대학 동기들은 대개 사법연수원 16~20기로 이미 공직을 떠난 지 오래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년차에 스마트하고 빠른 우병우(53‧사법연수원 19기)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가 몰락하는 모습을 문 대통령이 김 수석의 조용하고 묵직한 성격 '덕분'에 그를 민정수석에 앉혔다는 얘기도 법조계에선 나온다. 
 
감사원 출신인 김조원 전 민정수석이 사표를 냈지만 전 직장 후배가 바통을 이어받자 김 전 수석이 여전히 숨은 실세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민정수석에 이어 정무수석과 시민사회수석 모두 비교수 출신이 임명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문 대통령이 교수 출신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실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