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장판사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 중 11명의 대법관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는 결과가 된다. 이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과 같은 진보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고법 부장판사는 "조국과 김경수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대법원의 주목할만한 인사"라고 말했다.
최초 진보 우위 대법원의 탄생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중 중도 혹은 중도 진보 성향(안철상·민유숙·이동원·노태악·조재연)의 대법관을 제외하더라도 진보 성향의 대법관이 6명으로 늘어나 전원합의체에서 진보가 우위의 서게 됐다. 다수 의견에 단 1표만 모자란다. 진보로 분류되는 대법관은 이 부장판사(청문회 통과시)와 김 대법원장, 박정화·노정희·김상환·김선수 대법관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인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다른 대법관은 모두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했다. 일각에선 민유숙 대법관도 진보로 분류한다.
文대통령 임명 11명, 朴대통령 임명 3명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진보 성향의 대법관 5명(김영란·이홍훈·박시환·김지형·전수안)이 '독수리 오남매'라 불렸다. 하지만 그때도 진보는 소수였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과 같은 진보 우위의 대법원 구성은 사법 역사상 처음"이라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판결과 같이 대법관 두 명의 차이로 정치적 운명이 갈리는 것이 대법원 판결이다. 여권에 유리한 대법원 구성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명수가 승진시키고 대법관까지 제청
이 부장판사와 인연이 있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 부장판사가 매우 진보적 성향의 인물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직 고위 법관은 "현 정부가 아니었으면 대법관에 절대 오를 수 없는 사람"이라며 가혹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고법 부장판사(차관급) 승진에서 3번이나 미끄러지며 연수원 동기들과 비교해 3년이나 뒤처졌다. 이후 김 대법원장 취임 뒤 첫 고위법관 인사에서 승진했다. 이듬해인 2019년 10월엔 사법행정자문회의 재판제도 분과위원장에 임명됐다. 법원 내 요직으로 불리는 자리다.
지방법원의 한 평판사는 "이흥구 제청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강화된다는 의미"라 평가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현직 부장판사도 "이흥구는 김명수의 사람이라 불린다. 임명권자의 그늘을 벗어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 말했다.
조국 "이흥구군 정의감 투철했다"
이 부장판사와 함께 근무했던 전직 판사들은 이 부장판사가 평소 성향을 드러내는 인물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 부장판사와 울산·부산지법에서 함께 근무한 도진기 전 부장판사와 이현곤 전 판사는 "이 부장판사는 주변을 먼저 배려하고 다독였던 법관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박태인·이가영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