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서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촘촘하다’와 ‘경제학자’였다. 부동산 정책을 설명하면서 ‘촘촘하다’는 표현을 썼고, 정책의 합리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선 ‘경제학자’의 시각을 강조했다. 당국이 시장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으며 무리하게 드잡이하듯 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다 성공해도 부동산 실패하면 꽝”
자신감 넘치던 올초 인터뷰 발언
촘촘하고 합리적 대책은 어디에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세제의 기본원칙은 오간 데 없다. 시장 과열 국면에선 양도세 등 거래세를 일시적으로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지만 사지도, 보유하지도, 팔지도 못하게 하면 대체 어쩌란 말이냐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정부는 투기를 막고 불로소득을 환수하며 임차인 권리를 강화하는 ‘주거 정의’ 차원에서 부동산 이슈에 접근하고 있다. 정부의 기대처럼 주택 매매시장에서 ‘패닉 매수’가 사라지고 거래 급감 속에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 전·월세 시장에서도 전세 품귀현상이 사그라들고 전세의 월세 전환도 급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일련의 정책 실패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미 문 정부 들어 회복 불가능하게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 많이 뛴 곳은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큰 폭의 집값 하락은 바람직스럽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거시경제가 엉망이 되고 부실자산은 늘어 금융시스템이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터뷰 이후 7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 거래허가제는 일부 현실이 됐다. 새로 법안을 만든 건 아니고 기존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한 것이나 주택 매매의 실수요 여부를 일일이 체크한다는 점에서 효과는 다르지 않다. 정부는 6·17 대책에서 서울 삼성·대치·청담·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부터 임기 끝까지 부동산시장의 안정화에 가장 큰 가중치를 뒀다고 했다. 그 이유로 참여정부 시절의 트라우마 얘기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국 사회에 많은 메시지를 던졌지만 부동산 때문에 실패한 정부라는 매도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은 부의 불평등을 심화하고 문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사회, 공정경제에 가장 역행한다고 했다.
실제로는 어땠나. 정부는 가장 신경 썼다는 부동산 정책에서 완패했다. 종부세 논쟁하다가 날이 다 새버린 ‘노무현 정부 시즌2’라고 해도 할 말 없다.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최적의 정책 조합”을 말했지만 현실에선 작동하지 않았다.
아무리 정교하게 수요를 죄고 세금 폭탄을 날려도 시장 참여자들이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한, 정책이 먹힐 리 없다. 참여정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는 정부보다 집값은 때려잡을 때마다 올랐다는 학습효과로 무장한 시장 참여자의 힘이 더 셌다. 하염없이 뛰는 집값을 보면서 정부가 말하는 공정경제의 허망함을 느낀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참, 김상조 실장이 인터뷰 때 했던 이 말도 크게 제목으로 뽑혔다. “다른 거 다 성공해도 부동산에 실패하면 꽝이다.”
서경호 경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