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국내 포털의 사후약방문식 댓글 대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17년 '드루킹 사건'처럼 댓글이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거나, 이번 고유민 선수처럼 악성 댓글로 피해 보는 사람이 발생하고 나서야 땜질식 대책을 하나씩 내놓기 때문이다.
이번 스포츠 뉴스 댓글을 없애기로 한 두 회사의 결정은 어디까지나 '잠정적'이다. 네이버는 "악성 댓글 노출을 자동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이 기술의 실효성이 담보되면 댓글 서비스 재개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도 "외부 전문가와 함께 (댓글) 서비스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댓글 서비스는 포털 입장에서 댓글 작성자를 모으는 동시에 댓글을 보는 사람들의 관심과 클릭을 유도하는 훌륭한 상업적인 수단이다. 하루에도 수천만 명 방문자를 유도하는 댓글을 영구히 포기하기는 아쉬우니 '기술을 보완해 댓글 서비스를 재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피해자는 줄줄이 나오는데 두 포털은 자신들의 댓글 정책으로 악성 댓글이 줄었다고 오히려 자화자찬한다. 네이버는 지난달 21일 "댓글 이력 공개 제도 등의 효과로 삭제되는 댓글 건수가 63%나 줄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도 6월 "댓글 접기 기능을 도입하니 욕설·비속어 댓글이 2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 발표가 있은 지 두 달도 안 돼 악성 댓글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가 또 발생했다.
네이버·카카오가 악성 댓글 근절책으로 인공지능(AI) 기술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4월 'AI클린봇 2.0'이라는 악플 탐지·차단 기술을 개발해 고도화하고 있다. 카카오도 2017년부터 욕설·비속어를 치환하고 악성 댓글을 자동으로 필터링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그러나 첨단 기술이라도 악성 댓글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대책은 될 수 없다.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스포카도'가 공개한 고유민 선수의 생전 인터뷰를 보면 고 선수가 언급한 악성 댓글들은 "내가 발로해도 그것보단 잘하겠다", "네가 배구 선수냐"와 같은 조롱식의 댓글이었다. 이 같은 댓글을 AI가 걸러내 차단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하선영 산업기획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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