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8시 29분쯤 전남 곡성군 오산면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 5채가 매몰된 가운데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전한 피해 상황이다. 이 사고로 A씨(53) 부부 등 5명이 흙더미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곡성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45.3㎜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소방당국은 집중호우에 물기를 잔뜩 머금은 토사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마을 위쪽 능선 꼭대기 부분에 있는 국도 15호선 확장 공사장에 쌓인 토사가 무너져 내렸다"는 주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광주·전남·전북 500㎜ 안팎 기록적 폭우
곡성 산사태 5명 숨져…12명 사망, 1명 실종
섬진강·영산강 범람…이재민 5000명 대피
주택·농경지 침수·도로 유실 등 피해 커
10일 태풍 '장미' 상륙…추가 피해 우려
전남에서는 곡성군 오산면 산사태로 5명이 숨지는 등 8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이재민은 2774명 발생했다. 섬진강 수계인 곡성이 1199명으로 가장 많고, 구례 971명, 담양 338명, 화순 191명 등이다.
화순군은 동복댐 홍수경보 발효로 인근 주민 191명이 화순동북초등학교 실내체육관에 대피했다. 산사태가 난 곡성군 오산면 성덕마을 주민 55명은 오산초등학교에, 담양군 주민 338명은 인근 초등학교에 대피 중이다. 이틀간 폭우로 전남 지역 주택 1155채가 파손되거나 침수됐다. 구례가 472채로 가장 많았다. 농경지도 6823㏊가 침수 피해를 봤다.
광주에서는 지난 8일 북구 신안동 한 오피스텔 지하실에서 3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재민은 267세대 400명으로 집계됐다. 시설 피해는 도로 침수 286건, 주택 침수 326건 등 1032건이 신고됐다. 광주 도심 곳곳이 침수되면서 차량 300대도 물에 잠겼다.
전북에서는 지난 8일 오후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 한 마을 야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 1채가 매몰됐다. 소방당국이 6시간 만에 집주인 B씨(59) 부부를 찾았으나 모두 숨진 상태였다. 서울에 살던 B씨 부부는 퇴직 후 3년 전 장수에 귀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틀간 쏟아진 폭우로 전북은 남원 섬진강 제방 등 하천 8곳이 유실되거나 붕괴했다. 저수지 19곳도 범람하거나 유실됐다. 지난 8일엔 섬진강 제방 100m가량이 무너져 금지면 일대에서만 주택 70가구와 농경지 1000㏊가 침수됐고, 300여 명의 이재민이 보금자리를 잃었다. 전북 전체로는 1702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광주·전남과 전북에 내려진 호우특보는 각각 9일 오전 9시와 10시를 기해 모두 해제됐다. 침수와 토사 유입 등으로 중단된 광주선과 전라선 익산~여수엑스포역 구간 열차 운행도 이날 오전부터 대부분 정상화됐다. 광주공항도 항공기 운항이 일부 재개됐다. 하지만 제5호 태풍 '장미'가 10일 오후 남해안에 상륙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추가 비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광주·전남에는 지난 7~8일 이틀간 최고 571㎜(담양)의 비가 내렸고, 전북도 대부분 지역이 300㎜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남원·곡성=김준희·진창일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