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게 떼는 불어난 강물과 맞닿은 강가부터 시민들이 걸어 다니는 길까지 점령했습니다. 주먹만 한 것부터 엄지손가락만 한 새끼까지 얼핏 봐도 수백 마리는 돼 보였는데요.
[애니띵] 참게의 '서울 습격'?
잠실대교를 접수한 의문의 참게 떼. 이들은 왜 이곳에 몰려온 걸까요?
#잠실대교를 점령한 참게 떼의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참게 떼의 습격? 근처 주민들에겐 ‘익숙한 손님’
사실 이곳을 자주 찾는 주민들에겐 생소한 광경이 아니라고 합니다. 문정동에 사는 모상팔(73)씨는 "요 며칠 비가 많이 와서 한강 물이 불어나 참게가 뭍까지 올라왔다"며 "물이 빠지면 다시 강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 말대로 참게는 한강 곳곳에 보금자리를 친 것으로 보입니다. 한강사업본부에 문의해보니 참게가 한강에 몇 마리나 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기별로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한강 일대에 널리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하네요.
참게는 둥근 등딱지와 털이 난 집게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거무스름한 회갈색 몸 때문에 멀리서 보면 큰 거미처럼 보이기도 하죠. 민물에 산다고 알려졌지만, 바다에서 태어나 자란 뒤 강으로 올라와 생활합니다. 우리나라 서해와 중국 등지에도 서식하고 있죠.
한강에 쏟아진 물 폭탄…참게도 피신했다
전문가들은 참게가 비에 불어난 한강 물살을 버티지 못해 육지로 대거 올라왔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상규 국립공원연구원 해양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참게는 각자 영역을 갖고 생활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처럼 많은 개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현상은 흔치 않다"며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본인들의 서식지가 폭우로 무너지는 상황에 위협을 느끼고 이동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길에 널린 밥도둑? 잡다 걸리면 과태료만 50만원
하지만 참게를 '공짜 반찬'으로 생각하고 잡다간 큰코다칠 수 있습니다. 서울시 조례에 따라 한강에서 참게를 잡다 적발되면 과태료 50만원을 내야 하거든요. 무분별한 채집으로 한강 생태계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비책입니다.
이런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은 잘 모르는 듯했습니다. 이날 오후 2시쯤 잠실대교 아래에 한 중년남성이 노란 비닐봉지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통행금지선을 넘어 코앞에 급류가 굉음을 내는 곳까지 내려가 봉투에 참게 10여 마리를 쓸어 담았습니다.
한강에서 참게 잡는 게 불법인 걸 아느냐고 묻자 남성은 "그런 건 몰랐다. 그냥 재미로 잡은 거다.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채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은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했습니다. 인간이 그렇듯, 지구상 모든 생물도 그들의 스토리가 있죠. 동물을 사랑하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만든 ‘애니띵’은 동물과 자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영상=왕준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