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핸드폰사진관]버섯의 여왕 망태말뚝버섯

중앙일보

입력 2020.08.08 09:00

수정 2020.08.0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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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망태말뚝버섯

 
이 장마철에,
남녘에서 '망태말뚝버섯'이 피었다는 소식을 들려 왔습니다.
망설였습니다.
이 빗속에 전북 익산까지 가야 하니 주저하기 마련입니다.  
 
조영학 작가와 논의했습니다.
가느냐 마느냐 논의 끝에 결국 가서 보기로 했습니다. 
늘 야생화만 좇는 조영학 작가가 
어인 까닭으로 버섯을 찾아가기로 했을까요?
그것도 이 장마철에 말입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망태말뚝버섯

 
조 작가가 들려준 이유는 이러합니다.
 
"어떤 야생화보다 더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노랑망태버섯'과 
'망태말뚝버섯'을 '버섯의 여왕'이라 부르겠습니까?
게다가 이 친구들이 새벽에 버섯을 피우면 
한나절을 못 가고 죽어버려요.
하루살이보다 더 짧은, 
한나절을 사는 슬픈 운명인 거죠.
마치 시한부 생을 사는 아름다운 공주 같은 이미지랄까요."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망태말뚝버섯

 
참 기구한 운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왕처럼 화려한 드레스를 펼치자마자

어느새 생을 접는 슬픈 운명의 버섯입니다.
하루살이보다 짧으니 어쩌면 생명체 중에서 가장 수명이 짧지 않을까요? 
이렇듯 금세 사라지기에  
장마를 뚫고 이 친구들을 보려고 달려간 겁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망태말뚝버섯

 
사실 이 친구의 이름을 '망태버섯'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혹은 '노랑망태버섯'에 견주어 '흰망태버섯'으로 부르기도 했고요.
이번에 조 작가가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정확한 이름은 '망태말뚝버섯'이 예요.
 언제부턴가 이것을 망태버섯속으로 바꿨더라고요, 
'노랑망태버섯'은 그대로인데 
얘만 '망태말뚝버섯'으로 이름을 바꾼 거 같아요.
망태라는 것은 드레스처럼 생긴 게 망태를 닮아서이고,

말뚝이라는 것은 안에 있는 흰 대가 
남근과 닮아서 이름이 붙은 겁니다.
그런데 보시면 알겠지만, 
실제론 여성적인 이미지에 더 가깝죠."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망태말뚝버섯

 
 비 오는 대나무 숲은 꽤 어둡습니다.

우아한 버섯의 여왕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휴대폰 자동모드로 찍으면 
흰 버섯이 더 하얗게 찍혀 질감이 사라집니다.
 
왜 그럴까요? 
주변이 어두우니 휴대폰이 주변이 밝아지게끔 노출 값을 계산합니다.
이렇게 주변이 밝아지면 어쩔 수 없이 버섯도 밝아지게 됩니다. 
 
게다가 화질마저 상당히 거칠어지게 됩니다.
주변 노출을 밝히려 고감도로 설정되기 때문입니다.
 
해결책은 수동모드로 찍는 겁니다.
우선 깔끔한 화질을 원한다면 감도(ISO)를 저감도로 설정합니다.
 
그다음엔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조정하여 
흰 버섯의 질감이 표현되게끔 노출 값을 조정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셔터스피드가 느려져 사진이 흔들리기에 십상입니다.
이럴 때 휴대폰을 바닥이나 나무에 바짝 붙여 찍으면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사진을 찍 을 수 있습니다.
 
감도와 셔터스피드 조정해서 찍는 법은 
이해하기 쉽도록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버섯의 이름에 얽힌
조영학 작가의 설명 또한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노랑망태버섯

 
이틀 뒤 서울 남산에서 '노랑망태버섯'을 만났습니다.
'망태말뚝버섯'은 대체로 서울보다 남쪽 대나무 숲에서 볼 수 있습니다만,
'노랑망태버섯'은 숲속이나 산의 혼합림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장마철이면 우후죽순처럼 땅을 뚫고 올라오는 친구들이니,
혹시나 하여 남산 숲을 둘러봤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여기저기서 드레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마치 숲속 무도회 같습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노랑망태버섯

 
비 오는 숲,
드레스를 활짝 펼친 '노랑망태버섯',
비록 하루살이보다 짧은 생이지만, 
그 자태가 가히 '버섯의 여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