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8조 UAM 사업, 영국업체와 첫 프로젝트 착수

중앙일보

입력 2020.08.0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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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에어 포트가 설계한 UAM 허브 조감도. 모듈형 기자재를 이용해 좁은 장소에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어반-에어 포트]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 인프라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현대차그룹 UAM사업부는 영국 UAM 인프라 전문업체인 어반-에어 포트와 함께 UAM 기반시설을 개발한다고 6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UAM용 개인용 비행체, 허브 등 기반시설에 향후 5년간 15억 달러(약 1조78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협업도 이 계획의 일환이다.

연초 영입한 파멜라 콘 상무가 주도
이착륙장 설계 전문기업과 제휴
영국 2개 도시에 실물 인프라 구축

기반시설에는 여객과 물류를 위한 UAM 허브를 비롯해 각종 교통환승 시스템과 생태계 전반의 시설이 포함된다. UAM 허브는 육상 모빌리티와 항공 모빌리티를 연결하는 일종의 터미널이다.
 

파멜라 콘

이번 협업은 파멜라 콘 UAM사업부 글로벌 전략·운영 담당 상무가 주도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월 영입한 콘 상무는 영국 더럼대와 킹스칼리지 런던을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 등에서 항공우주·국방 인프라 연구를 해 온 전문가다. 콘 상무는 “UAM 인프라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라며 “어반-에어 포트와의 협업을 통해 미래 UAM 인프라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어반-에어 포트는 일반적인 헬기 이착륙장보다 60% 작은 규모에 적은 비용으로 ‘버티포트(Vertiport·UAM용 수직이착륙기 착륙시설)’를 설계한다. 좁은 지역에 버티포트를 만들 수 있고 모듈화된 자재를 이용해 더 싸고 효율적으로 건설할 수 있다.


두 회사는 실물 크기의 버티포트를 비롯한 UAM 인프라 실증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국 웨스트 미들랜드, 코번트리 등 2개 도시와 실증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실증사업을 진행한 뒤 유럽 및 세계 각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릭키 산두 어반-에어 포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파트너십을 발표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비행체 제조사와 여객·물류 서비스, 디지털 인프라 등을 하나로 모으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원 현대차그룹 UAM사업부 부사장은 “우리 사업부는 혁신을 통한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0’에서 UAM과 관련한 청사진을 선보인 바 있다. 우버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2023년 개인용 비행체 ‘S-A1’을 미국에서 시범 운항하기로 했다. 어반-에어 포트와의 협업은 UAM 전반의 인프라 개발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직원과의 대화(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지만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개인용 비행체가 30%, 로보틱스가 20%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 안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엔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을 지낸 신재원 박사를 UAM사업부 총괄로 임명하는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위한 인재 영입에도 박차를 가해 왔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