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경찰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련 5개 나라에서 온 이들 고려인 중 일부는 러시아 마피아 세력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국내에서 이들이 번 돈이 러시아 쪽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계좌추적 등을 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6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수도권에 본거지를 둔 전국구 조직 형태의 A그룹(가칭 경기 안산파) 소속 고려인 48명을 검거해 이 중 11명을 구속했다. 또 부산 경남을 근거로 모인 B그룹(가칭 김해 동성동 파) 소속 고려인 38명을 검거해 이 중 12명을 구속했다. B그룹에 소속된 또 다른 고려인 1명은 추적 중이다.
'경기 안산파'에서 김해 한 당구장 보호비 요구
거절하자 경기 안산파 '김해 동성동파'와 패싸움
지나던 한 경찰관이 초기 대응해 큰 불상사 막아
실제 B그룹은 사건 발생 당일 주차장에서 700m 정도 떨어진 다른 공용주차장에 모여 야구방망이와 골프채 등의 흉기를 나눠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A그룹은 전화와 고려인들이 사용하는 채팅앱을 이용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고려인들을 불러모아 쇠파이프와 각목 등을 소지한 채 김해로 내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대형 폭력 사태로 이어질 뻔했던 이 날 충돌은 우연히 현장을 지나던 한 경찰관이 빠르게 개입하면서 큰 충돌로 이어지지 않았다. 김해 중앙지구대 소속 김남철 경사가 다른 사건을 처리하고 지구대로 돌아가다 외국인들이 집단으로 모여있는 것을 수상히 여겨 현장에 개입했고, 경찰이 나타나자 이들 고려인이 도망치면서 2명 정도만 다친 것이다.
경찰은 이들 고려인이 집단 난투극을 벌인 것이 우발적이 아니라 조직 폭력 형태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해왔다. 그 결과 A그룹이 국내 취업 중인 자국민을 대상으로 임금의 일부를 보호비 명목으로 갈취하거나 자국민이 운영하는 업소의 수입금 일부를 상납받아왔다는 일부 진술을 확보했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고려인들이 어디서 사설도박장 등 업소를 운영하는지, 이들 업소 중 몇 곳이나 A그룹 등에 보호비 명목의 갈취를 당했는지, 취업 후 보호비 등을 상납한 다른 고려인이 있는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이 과정에 A그룹에 소속된 고려인 중 2명이 러시아 마피아와 연관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이번에 검거된 A그룹 지휘그룹 쪽의 계좌 등을 추적하고 있다. 이번에 검거된 고려인 중 폭력 전과가 있는 인원은 7~8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간에 조직성 단체를 구성해 집단 난투극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들 단체가 실제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번에 검거된 고려인뿐 아니라 다른 고려인들도 자국의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수사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