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내셔널스는 탱킹으로 팀을 일으켜 세운 대표적 구단이다. 2008년 마지막 17경기에서 3승 14패를 기록해 MLB 전체 최하위가 됐다. 2009년에도 103패를 당해 두 시즌 연속으로 세 자릿수 패배를 찍었다. 이 두 번의 꼴찌로 워싱턴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브라이스 하퍼를 얻었다. 두 선수가 빅리그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2012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우승했다.
한국판 ‘탱킹’ 트레이드 성사될까
첫 우승 위해 마무리 절실한 NC
팀 리빌딩 위해 유망주 찾는 한화
15일 트레이드 마감 앞두고 관심
KBO리그는 최근 MLB 문화를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탱킹을 모방한 전면 리빌딩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탱킹이 새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야구계 관계자 대부분이 고개를 젓는다. 한 현직 감독은 “MLB는 우리와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 (한국에선) 베테랑을 인위적으로 배제하고 젊은 선수만 기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선수층이 얇다. 1차 지명 제도가 있어 고의로 꼴찌를 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 포스트시즌 방식도 영향을 미친다. MLB는 양대 리그 8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순간 모두 같은 출발선에 선다. 와일드카드 진출팀도 종종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다. 단일 리그인 KBO는 포스트시즌이 계단식이다. 정규시즌 1위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4, 5위 팀은 우승을 노리기 쉽지 않다. 성적에 따라 냉·온탕을 오가는 열성 팬의 여론도 구단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1위 NC 다이노스와 최하위 한화 이글스 사이에 불거진 정우람(한화) 트레이드설은 그런 관점에서 주목받았다. 올해를 첫 우승 적기로 여기는 NC와 미래를 도모해야 하는 한화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다. NC는 검증된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가 필요하다. 한화는 팀을 재건할 수 있는 젊은 유망주를 찾고 있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15일)을 앞두고 두 팀이 4일 대전에서 만나자 관심은 온통 ‘정우람’에 쏠렸다.
결정까지는 쉽지 않다. 트레이드 후 두 팀 다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거센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런 게 두려워 과감한 결단을 포기한다면, 각 팀은 목표를 이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NC와 한화가 MLB식 트레이드의 새 장을 열 수 있을까.
대전=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