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구독자가 335만명에 이르는 SBS ‘TV동물농장’의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가 올린 한 편의 영상에 유튜브 이용자들의 비판이 들끓었다.
[애니띵] 동물권 침해하는 동물 유튜브
호돌이가 걷는 장면 뒤에는 반려동물 전문가의 모습이 등장해 호돌이의 걸음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묘사됐다. 영상에는 '앉은강아지도일으키는갓찬종'이라는 해시태그가 붙어 일부 시청자들은 전문가가 호돌이를 치료했다고 착각하기도 했다.
장애견을 '관종견' 묘사…시청자 분노
호돌이가 네 발로 걸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밝혀졌다. 견주가 호돌이의 다리를 찜질하고 산책을 시키며 상태가 호전된 것이었다. 예고 영상에 등장해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묘사된 반려동물 전문가는 본 방송에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
예고 영상이 올라온 뒤 의심의 눈길을 보내던 시청자들은 본방송 이후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애니멀봐 유튜브와 TV동물농장 시청자게시판에는 과도한 연출과 부적절한 자막을 비판하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비판이 이어지자 3일 애니멀봐 채널은 "호돌이 예고의 마지막 부분이 본 방송 내용과 다르게 편집되고 영상에 맞지 않는 지나친 자막표현으로 불편하게 해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튜브 채널에 올린 2개의 호돌이 영상은 삭제했다.
동물 콘텐트 인기에…무리한 연출 기승
댓글에는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시청자들은 동물 대상 범죄가 빈번한 상황에서 길고양이를 유인해내 사람에 대한 경계를 허무는 행동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각종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도 영상 촬영을 위해 에티켓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 콘텐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무리한 연출을 하는 건 결국 많은 반응을 얻기 위한 경우"라면서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동물의 신체를 동원하거나 불안 상태로 내모는 행동을 강요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재밌는 영상, 학대 경계에 있기도…동물 배려해야"
동물행동권단체 카라가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 413개의 동물 영상을 모니터링한 결과 11%의 영상에서 동물의 건강이 나빴고, 24%의 영상에서는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 4개 중 1개는 유튜브 촬영을 위해 인위적으로 연출된 것으로 분류됐다.
지난 5월 불거진 '갑수목장' 논란은 동물 콘텐트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구독자 52만명의 인기 동물 유튜버 갑수목장이 품종묘를 구입해 유기묘인 척 연출하고, 일부 동물을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유튜브 이용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카라 관계자는 "재밌는 동물 영상은 동물 학대 영상의 경계에 놓여있기도 하다. 어떤 계정은 구독과 '좋아요'가 늘수록 소재가 점점 자극적으로 변했다"면서 "그저 재밌는 영상으로만 여기고 소비하며 동물의 입장을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은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했습니다. 인간이 그렇듯, 지구상 모든 생물도 그들의 스토리가 있죠. 동물을 사랑하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만든 ‘애니띵’은 동물과 자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