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내놓자 초조감에서인지 정진웅(52·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는 초유의 ‘검사 육탄전’으로 ‘동물검찰’을 시연하며 막장을 연출했다. 정치적으론 예민하지만 그리 복잡할 것도 없는 수사가 4개월이나 이어지며 갈지자로 흔들리는 이유는 뭘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 편중 인사의 부메랑, 유착 예단과 대검 지휘 배제, 수사팀의 헛발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추 장관이 2018년 더불어민주당 대표일 때 경찰 고발로 수사가 촉발됐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드루킹’ 사건에 이어 또 자충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추 장관, 형사부·호남출신 우대 인사
대검은 배제…특수수사 허점 노출
“그 많던 수사는 누가 다 먹었을까”
검찰 내 ‘산 권력’ 수사 올스톱 자조
실제로 채널A 사건에 대한 지휘 라인은 호남 출신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이성윤 지검장(전북 고창·전주고), 이정현 차장(전남 나주·영산포상고), 정진웅 부장(전남 고흥·순천고)이 그렇다. 추미애 장관이 “형사·공판부 우대”를 기치로 내걸고 호남 출신을 요직에 대거 배치한 검찰 인사를 두 번 단행하면서 틀이 짜였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이 전 기자 영장청구서 범죄 사실에 ‘한동훈과 공모하여’라고 쓴 부분은 녹취록 멘트 두 마디를 갖고 편집한 것으로 허위 공문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채널A 사건 초기부터 유죄를 예단하는 발언을 수차례 했다. 지난 6월 말 “물타기로 검언 유착이라는 본질이 덮어질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페이스북에 “문제는 검언 유착”이라고 썼다. 취재행위가 위법인지를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와중에 기자와 검사장이 결탁한 ‘강요 미수’로 규정한 것이다. 이런 언급들은 “수사 중인 사건의 방향을 장관이 결정하는 것이냐”는 비판을 불렀다. 하지만 추 장관은 전국 검사장회의의 반대도 일축하고 수사 지휘권을 전격 발동, 윤 총장을 지휘선상에서 배제했다.
검찰에선 요새 “그 많던 수사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 제목에서 ‘싱아’를 수사로 바꾼 것이다. 전직 검찰총장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산 권력’ 관련 수사가 올스톱인 상황, 누가 봐도 부조리하다”고 짚었다.
조강수 사회에디터 pinej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