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 부평역 근처. 지난 6월 20일 오후 2시쯤 노란색 조끼를 입은 남성 4명이 상자에서 꾸러미를 꺼내자 여기저기서 노숙인이 모여들었다. 마스크를 쓴 노숙인들은 한줄로 서 찐빵이 담긴 꾸러미를 받아갔다. 상자 안의 찐빵이 동나자 남성들은 자리를 떴다. 노란 조끼의 남성들은 몇분 뒤 주안역에 나타나 모여든 노숙인들에게 찐빵을 건넸다.
코로나로 어려운 노숙인에게 찐빵 기부
[착한뉴스]
22년간 이어온 노숙인 위한 활동
이 목사가 노숙인에게 제공하는 건 음식만이 아니다. 노숙인에 먼저 다가가 고충을 듣고 자신이 운영하는 쉼터도 권유한다. 그가 노숙인을 위한 활동에 뛰어든 것은 1998년이다. 외환위기 여파로 늘어나는 노숙인이 안타까웠던 그는 목회하던 교회 일부를 노숙인을 위해 내놨다. 이후 인천시 등이 힘을 보태면서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구성된 다세대주택을 임대해 노숙인 쉼터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방 13개가 있는 이 쉼터에는 현재 남자 22명 여자 10명 등 32명이 살고 있다.
쉼터는 매일 오후 6시에 문을 열고 다음 날 오전 8시에 문을 닫는다. 이 목사는 “낮에 집에만 있으면 게을러질 수 있다. 일자리 찾기를 유도하기 위해 이렇게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쉼터 노숙인 중 자활 의지가 강한 이에게는 적극적으로 자립을 지원한다. 사회적기업(재활용센터·도농살림·떡 가게) 3곳을 운영하는 것도 이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서다. 노숙인 긴급구조부터 교육을 거쳐 재취업에 이르기까지 20여년간 1000명이 넘는 노숙인이 이 목사의 손길을 거쳤다.
사회복지사·조리사 꿈 이룬 노숙인
2012년 들어온 엄모(34)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5년간 재활용센터에서 일하면서 주경야독 끝에 사회복지사가 됐고 현재 사회복지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며 쉼터로 들어온 김모(32·여)씨도 쉼터에 머무르는 동안 한식·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땄고 쉼터 조리사로 정식 채용돼 일하고 있다. 매일 이 목사에 근무일지를 보내는 김씨는 “매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전했다.
“전국 노숙인에 찐빵 전하고 싶어”
이 목사의 꿈은 인천을 넘어 전국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것이다. 사랑의 찐빵 나눔도 인천에서 시작했지만, 대전 등 전국으로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이 목사에 따르면 찐빵 나눔 방침을 밝힌 이후 판매량이 늘었고 기부 의사를 밝힌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현재 찐빵 1만여 개가 모여 노숙인에게 전해질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이 목사는 “찐빵을 만드는 곳이 노숙인이 일하는 사회적 기업이므로 찐빵이 많이 팔리면 노숙인을 위한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면서 “겨울쯤에는 전국 노숙인 모두가 찐빵을 먹고도 남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며 웃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