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당시 프로야구 최고 마무리 투수 구대성(51·당시 한화 이글스)이 프로 2년 차 최정(33·SK 와이번스)에게 9회 역전 3점 포를 내준 뒤 한 말이다. 최정은 구대성의 몸쪽 꽉 찬 공을 당겨쳤다. 타구는 휘지도 않고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구대성은 “미국, 일본에서도 내 공을 이렇게 친 적이 없다”며 놀라워했다. 한 마디로 ‘힘이 대단하다’는 뜻이다. 당시 19세였던 최정은 그날 이후 ‘소년 장사’로 불렸다. 전설의 홈런타자들 뒤를 이을 선수로 꼽혔다.
통산 352홈런, 양준혁 넘어 2위
슬럼프 없이 16년간 쌓은 대기록
김성근 전 감독도 놀란 훈련벌레
이승엽이 세운 기록과 115개 차
그로부터 14년이 흘렀다. 여전히 현역인 최정은 이미 전설의 홈런타자 반열에 들었다. 29일 인천 LG 트윈스전 3회말 솔로포(17호)를 터뜨렸다. 개인 통산 352호 홈런. 최정은 통산 351홈런의 양준혁(51·은퇴)을 제치고 역대 통산 홈런 2위로 올라섰다. 최정 앞에는 이제 467홈런의 이승엽(44·은퇴)뿐이다.
대기록을 세우고 있음에도, 최정은 한 시대를 호령한 홈런타자의 이미지가 강하지 않다. ‘소년 장사’라는 별명이 붙은 이후, 한 시즌 20홈런을 기록하기까지 4년 걸렸다. 슬럼프 없이 꾸준하게 3할대 타율과 홈런 20~30개씩 쳐주는 장타자였다. 그 사이 고교 시절부터 경쟁자였던 박병호(34·키움 히어로즈)가 급부상했다. 박병호는 2012~15년 4시즌 연속 홈런왕이다.
최정은 흔들리지 않는다. 말주변이 없어 자신을 포장하지도, 자신에 관해 변명하지도 않는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두 차례 자유계약선수(FA)가 됐지만, 해외나 다른 팀에 가지 않고 SK에 남았다. 김성근 전 감독까지도 최정에 대해선 “보통 독한 선수가 아니다”며 혀를 내둘렀다. 늘 똑같이 훈련 또 훈련이다. 홈런타자로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하다. 앞으로 115홈런을 더 치면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할 수도, 못할 수도 있다. 만약 그날을 기대한다면, 그건 최정의 꾸준함 때문일 것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