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농촌 ③ 거창 빙기실마을
보부상 다니던 길
빙기실은 덕유산 남쪽 자락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다. 전북 무주를 지나 덕유산을 끼고 한참 꼬부랑 산길을 달려 마을에 도착했다. 점심시간, 마을회관 앞이 떠들썩했다. 연세 지긋한 어른 60여 명이 삼겹살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사연을 알고 보니 이랬다. 방문객은 경남 밀양 죽월마을 주민이었다. 2019년 농림부 행복농촌 콘테스트에서 대통령상을 거머쥔 빙기실마을에 견학 온 것이었다.
수상 비결을 캐물을 필요는 없었다. 기세 좋게 소리치며 흐르는 빙기실계곡과 병풍 같은 덕유산이 어우러진 풍광이 워낙 압도적이었다. 마을에서는 계곡에 달빛고운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갓진 평일, 캠핑장을 찾은 가족 여행객이 전세라도 낸 것처럼 계곡을 독차지하고 물놀이를 즐겼다. 대구에서 온 강성호(43)씨는 “코로나 때문에 요즘은 이런 곳만 찾게 된다”며 “여기는 시원한 여름뿐 아니라 단풍 근사한 가을도 좋아 여러 번 왔다”고 말했다.
‘빙기실’이 무슨 뜻일까. 일제가 붙인 행정명 ‘병곡(並谷)’을 지금까지 쓰고 있지만, 빙기실이 훨씬 오래된 지명이다. 덕유산에서 나란히 흘러내린 계곡 사이에 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빙기실계곡은 예부터 보부상이 다니던 길이기도 하다. 계곡 안쪽에 보부상 상대하던 주막터가 남아 있다.
깡통열차 타고 마을 질주
빙기실 주민이 체험마을을 시작한 건 2012년이다. 부녀회에서 폐교가 된 병곡초등학교 터를 캠핑장으로 꾸몄다. 그러나 빼어난 자연만 보고 사람들이 찾아오진 않았다. 부실한 관리로 방문객의 발길은 점차 뜸해졌고, 수익이 악화하면서 주민 사이에 갈등도 빚어졌다.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 가운데 깡통열차가 단연 인기다. 트랙터에 플라스틱 통을 열차처럼 연결한 놀이기구다. 박 사무국장이 “트랙터가 움직일 때는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준 뒤 가속 페달을 밟았다. 시큰둥하던 어른들도 소리치며 ‘셀카’를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여행정보
서울시청에서 거창 빙기실마을까지 260㎞, 약 4시간 거리다. 달빛고운캠핑장은 8월 15일까지 성수기다. 캠프 사이트 1박은 4만~5만원. 깡통열차 체험은 1인 5000원, 여름 인기 체험 프로그램인 무지개송어 맨손 잡기는 1만원, 페달 보트 체험은 5000원.
거창=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