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선물 안겨 준 셈"
"나토 동맹관계까지 약화 초래" 우려
미 의회 견제·11월 대선 변수 기대도
'미국 없는' 유럽군 논의 촉발할지 주목
전 유럽주둔 미 육군사령관 벤 호지스도 "주독미군 감축은 러시아에 선물을 준 셈"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호지스 전 사령관은 도이체벨레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미국의 유럽 내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라며 "유럽 내 병력을 이탈리아로 이동할 경우 미국의 방위비 지출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터 바이어 독일 정부 대서양관계 조정관은 미국의 주둔군 감축 방식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달 미국의 주독 미군 감축 구상을 언론을 통해서 접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몇 주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찾으려 했지만 추가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며 "이제부터라도 투명한 절차를 통해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은 침묵
당시 그는 "우리는 미국이 세계적 강대국으로 행동한다는 관념 속에서 성장했다. 미국이 스스로 그 역할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면, 우리는 지금 상황을 깊게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들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11월 미국 대선 등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미국 의회의 견제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이날 "미국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무력화하거나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면서 "11월 미국 대선 전에 결정되는 것은 어떤 것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주둔군 감축에 이른바 '유럽군' 논의가 다시 부상할 조짐도 보인다. '미국 없는, 유럽만의' 새로운 안보공동체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당초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프랑스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유럽 개입 구상(European Intervention Initiative·약칭 E2I)'을 제시하며 유럽 안보 독자노선을 주창해왔다. 오랫동안 미국에 방위를 의존해 온 독일은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여건이 크게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마르쿠스 카임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 수석연구원은 최근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재선되면 유럽의 독자적인 안보구상 논의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