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의 대외정책
바이든은 자타가 인정하는 외교통이다. “나는 현존하는 주요국 최고지도자들을 모두 알고 있고, 그들도 나를 알고 있다”고 그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오바마가 그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것도 국제 문제에서 자신의 경험 부족을 보완하려는 목적이 컸다. 바이든은 미·중이 수교한 79년 베이징에서 실권자 덩샤오핑(鄧小平)을 만나고, 같은 해 모스크바에서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면담하는 등 30대 때부터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국제무대 폭넓은 경험은 강점이나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인식은 한계
동맹 중시하고, 다자주의 질서 신봉
시진핑과 특수 관계, 자산이자 부채
특히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習近平)과는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시진핑이 부주석이고, 바이든이 부통령이었던 2011년 초부터 1년 6개월 동안 두 사람은 양국의 2인자 자격으로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8번 만났다. 통역만 대동한 채 같이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며 개인적 친분을 다졌다.
오랜 외교 활동 경험에 비해 국제 문제에 대한 바이든의 식견이나 판단력은 별로라는 지적도 있다.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때 바이든은 미국의 무력 개입에 반대했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2003년 이라크 침공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오바마의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에는 반대했다.
바이든은 미 동부 출신의 전통적 백인 엘리트들처럼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로 분류된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에 따라 세계를 끌고 가는 미국의 리더십을 중시하는 초당적 주류 진영에 속해 있다. 바이든은 동맹을 중시하고, 다자주의를 신봉한다. 그가 당선되면 미국의 외교 노선은 중국과 이스라엘 정책 등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오바마 이전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이란핵협정(JCPO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세계보건기구(WHO) 등 트럼프가 탈퇴하거나 파기한 국제기구와 국제 협정에 복귀할 것이 확실시된다. 내달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바이든의 대외정책 공약이 공식 발표될 예정이지만, 그는 이미 후보 토론회, 언론 회견, 싱크탱크 토론회 등을 통해 자신의 대외정책 구상과 공약을 밝힌 바 있다.〈표 참조〉
주한미군 철수 ‘노’, 한·미 동맹 강화 ‘예스’
바이든은 북한과의 외교 협상에는 찬성하지만, 트럼프 스타일의 톱다운(top-down) 방식 정상 외교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실질적 성과 없이 독재자를 정당화해 주는 역효과만 낳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구체적 단계를 밟는다는 전제 하에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북한과 외교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김정은과 만날 수도 있지만, 트럼프처럼 사진 찍기용이 아니라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 전략의 일환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동맹국 및 중국과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바이든은 말한다. 트럼프는 대북 협상 과정에서 아시아 동맹국들, 특히 그중에서도 한국을 소외시키는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서울-워싱턴 관계의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외교·안보 분야에 관한 뉴욕타임스의 질문에 답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예스(Yes·예)’ 또는 ‘노(No·아니오)’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동맹국 및 중국과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바이든은 말한다. 트럼프는 대북 협상 과정에서 아시아 동맹국들, 특히 그중에서도 한국을 소외시키는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서울-워싱턴 관계의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외교·안보 분야에 관한 뉴욕타임스의 질문에 답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예스(Yes·예)’ 또는 ‘노(No·아니오)’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 군사력을 이용해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나.
- “예스. 무력은 미국의 사활적 이익을 보호하고, 목표가 분명하고 달성 가능하며 국민의 동의가 있을 때 사려 깊게 사용되어야 한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미국의 사활적 이익에 반한다.”
- 김정은과의 일대일 외교를 지속할 생각인가.
- “노.”
-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강화할 생각인가.
- “예스.”
-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있기 전에는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인가.
- “예스.”
- 주한미군 철수를 시작하는 데 동의할 것인가.
- “노.”
배명복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