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 검찰 간부는 서울중앙지검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처하는 이성윤(58·사법연수원 23기) 중앙지검장을 두고 이 말을 꺼냈다. '자신에게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격하되, 타인에게는 봄바람처럼 따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글귀는 검사들 사이에서 불문율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2월 청와대 각 비서관실에 같은 의미의 '춘풍추상'이라는 글귀가 담긴 액자를 선물했다.
이 관계자는 "이 지검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임기추상 대인춘풍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며 검찰 조직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다 깎아 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지검은 최근 두 가지 의혹에 휩싸였다.
중앙지검 의혹 ① KBS 오보 연루 의혹
이 지검장은 '침묵'하고 있다. 중앙지검은 '논란 당사자가 이미 의혹을 강력 부인한 데다 KBS 보도 내용조차 수사팀이 파악한 사실관계와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해명을 내놓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 지검장은 채널A 사건 수사 과정에서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 지검장은 지난달 30일 중앙지검 명의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소집을 요청한) 전문수사자문단 관련 절차를 중단하고, 중앙지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 건의했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 심각한 문제에도 침묵하는 것 아니겠냐"며 "현재 이 지검장은 인사, 감찰, 형사처벌 모두에서 두려운 것이 없기 때문에 인사를 앞두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의혹 ② 수사정보 유출 의혹
이에 미래통합당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이 지검장 등 중앙지검 관계자들을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5건의 고발 사건은 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창수)에 배당된 상태다. 이에 "'셀프 수사'로 사안의 진실이 밝혀지겠냐"는 반응도 나온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24일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잇따르는 고발에도 이 지검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공직자들은 국민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명쾌하게 설명해줄 의무가 있다"며 "보고를 받았으면 받았다, 안 받았으면 안 받았다 명쾌하게 설명을 하면 되는데 뭘 그렇게 감추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이번에 승진하나, 다음에 승진하나
진보 논객이자 기생충학자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26일 자신의 블로그에 "윤석열이 물러나는 즉시 이성윤이 검찰총장이 될 것"이라고 썼다. 서 교수는 "이 지검장이 상관인 윤석열 검찰총장은 무시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충실한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실체도 없는 채널A 사건을 더러운 유착으로 만드는 적임자"라고 비판했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