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트위터에, 만화 속 캐릭터 '닥터 키리코' 반복 등장
데쓰카 오사무 만화 '블랙잭'에서 '안락사' 시행한 의사
의사 용의자들, 약물을 이용한 '완전 범죄' 구상하기도
아사히에 따르면 용의자 오쿠보는 졸업 앨범의 장래 희망란에 '닥터 키리코'라고 적은 것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SNS에 이 캐릭터에 대해 썼다. 2013년 4월에는 "역시 나는 닥터 키리코가 되고 싶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그 쪽이 아닐까"라는 글을 올렸고, 2014년에도 "내가 만약 개업을 한다면 닥터 키리코처럼 할 수 밖에 없다고 항상 생각한다"라고 남겼다.
공범인 야마모토 나오키(43)로 추정되는 인물과 함께 쓴 '처리가 곤란한 고령자를 죽이는 기술'이란 전자책에선 약물을 이용한 완전범죄의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위화감이 없는 병사(病死)를 연출할 수 있다면 경찰이 나설 수 없고, 실제 검시관조차 범죄 여부를 간파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화장이 시작되는 순간 완전범죄가 된다."
용의자들은 사실상 전신마비 상태였던 루게릭병 환자 하야시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11월 30일 교토시의 집으로 찾아가 약물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망자와 용의자들은 SNS로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용의자 한 명의 통장에 하야시의 이름으로 150만엔(약 1690만원)이 송금된 것이 확인됐다.
2011년부터 병을 앓기 시작한 하야시는 블로그와 트위터에 "이런 모습으로 살고 싶지 않다", "안락사시켜줬으면 좋겠다"는 등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일본에선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죽음을 맞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안락사에 대한 논쟁은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사망 사건와 관련해 이 만화 캐릭터의 이름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에는 온라인에서 스스로를 '닥터 키리코'라고 칭한 남자가 보낸 독극물로 여성이 목숨을 끊은 일명 '닥터 키리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