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이스타 부실경영’ 이상직 민주당 도당위원장 안될 말”

중앙일보

입력 2020.07.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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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후보자가 28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스타항공이 고용 위기 상태가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송구하다"면서도 "정권 재창출에 이바지하겠다"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연합뉴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전주을) 의원이 소속 더불어민주당의 전북도당 위원장 선거에 단독 후보로 출마해 사실상 추대가 확정됐으나 전북 지역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이스타항공 부실 경영과 노동자 임금 체불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장본인이 도당 위원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이 고용 위기 상태가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송구하다"면서도 "정권 재창출에 이바지하겠다"고 해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등 전북 지역 3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북민중행동은 28일 성명을 내고 "경제사범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을 도당 위원장으로 추대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민주당 전북도당은 "신임 도당 위원장 후보 접수 결과 이 의원만 후보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김성주 의원(전주병)도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후보 등록은 하지 않았다.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국회의원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선거 단독출마
전북민중행동 "추대시도 즉각 중단하라"
"청와대·민주당 내로남불이 근본 문제"
이 의원 "정권 재창출 이바지할 터" 포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공항항공노동자 고용안정 쟁취 3차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여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 등은 제주항공 모회사 애경그룹과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규탄하고 지난 2월부터 5개월간 밀린 임금 지불 등을 요구했다. 뉴스1

 전북민중행동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이스타항공 지배와 자녀 편법 증여 등 온갖 불법이 밝혀진 인사가 집권 여당 전북 대표로 단독 추대됐다"며 "이를 알고도 그를 공기업 이사장으로, 국회의원 후보로, 지역당 대표로 추대하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후안무치가 근본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부실 경영과 노동자 임금 체불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장본인"이라며 "이 의원이 출처 불명 자금으로 이스타홀딩스를 설립하고 직책도 없이 이스타항공 경영에 관여한 사실 등은 모두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이 의원의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보유한 이스타항공은 최근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6개월 넘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직원 1600명은 실직 위기에 놓였다.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헌납하겠다"고 했지만, 체불임금에 대한 구체적 해결 방안은 빠져 있었다. 이때문에 이스타항공 노조 측에서는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도 "자녀에게 편법 증여하고 수년간 일한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모른 체하는 이상직에 대한 당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등 출당 조치를 요구하는 글이 이어졌다.
 
 이 의원은 이날 전북도당 위원장 후보 자격으로 전북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창업주로서 전북도민과 임직원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비행기를 다시 띄울 때인 만큼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타항공의 경영에 참여는 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 13년간 전북도민의 사랑으로 성장한 이스타항공의 재기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 경영진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 의원은 또 "도민의 사랑으로 2007년 창업한 이스타항공은 협력업체까지 2000여 명의 직원이 있고 지역 인재들도 많다"며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말대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과 인수합병을 거부한 행위는 '먹튀'"라고 항변했다. 이어 "이스타항공 임직원 입장에서 보면 인수합병에 나선 제주항공이 실사하고 가격 조정까지 했는데 노딜을 선언한 것에 대해 어이가 없었을 것"이라며 인수합병 무산의 책임을 제주항공에 돌렸다.
 
 이 의원은 도당 위원장으로서 포부도 밝혔다. 그는 "지역위원회 및 당원들과 소통을 잘해 원팀으로 성과를 내 정권 재창출에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전북도당 시행 세칙에 따르면 후보자가 단수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추대하는 방식으로 위원장을 선출한다. 이후 중앙당 최고위원회가 최종 의결한다. 전북도당 정기대의원대회는 다음 달 9일 전주 그랜드힐스턴 호텔에서 열린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