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배기열(55) 서울행정법원장, 천대엽(56)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함께 대법관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자 판사들 사이에선 "이번엔 이흥구 차례"라는 말까지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3년간 밀린 고법판사 승진은 물론, 사법행정자문회의 재판제도 분과위원장을 맡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어서다. 이 부장판사는 진보적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서 김 대법원장과 함께 활동했다.
국보법 위반이력 이흥구, 차기 대법관 유력 후보로
조국과 동문인 이흥구, 구속시 권순일이 주심
이 부장판사는 당시 운동권으로 활동했지만 그의 서울대 4년 평균학점은 4.3만점에 3.18점. 복학 직후엔 4.08로 만점에 가까웠다. 취업문을 두드렸지만 낙방했고 사법고시에 도전해 국보법 위반자 중 최초 합격자가 됐다.
합격 후에도 물러서지 않은 이흥구
이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에서 자신을 구속했던 김원치 당시 부장검사를 교수로 만나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이 부장판사는 "과거 관계를 떠나 오랜만에 (법조계) 선배를 만나니 반갑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자칫 운동권 출신이 자연스럽게 현실에 흡수돼 가는 인상으로 비쳐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안기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1995년 이 부장판사는 김일성 전기 판매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 안기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사법부』등에 따르면 안기부는 당시 '문제 성향 판사의 형사부 보직 배제 필요'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서울지법 이흥구 판사의 김일성 전기 판매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등 문제 성향 판사의 좌익사범 관용조치가 빈발하고 있다"며 이 부장판사의 전보인사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 부장판사는 보고서가 쓰여진 후에도 2년간 서울지법 생활을 했다. 그후 1997년부터 부산 지역법관으로 내려가 다신 올라오지 않았다. 그와 서울에서 함께 근무했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아내인 김문희(55) 현 부산지법 서부지원장이 당시 부산으로 발령받아 가족과 함께 내려간 것"이라 했다. 그래서 이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 중 잘나갔던 '엘리트 법관' 출신 판사들은 이 부장판사를 잘 모른다. 한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동기 모임에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대법관 후보에 올라 의외였다"고 말했다.
양승태 시절 미끄러지다, 김명수가 승진시켜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당시 김 대법원장이 마음을 많이 썼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듬해인 2019년 10월에 김 대법원장은 이 부장판사를 사법행정자문회의 재판제도 분과위원장에 임명한다. 법원 내 주요 보직으로 불리는 자리다.
이런 이 부장판사와 김 대법원장의 인연 때문에 이 부장판사가 대법관 후보로 오른 것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고법 부장판사는 "김경수와 조국 등 주요 여권 인사들이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또다시 진보적 판사를 대법원에 앉히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지방법원의 한 평판사는 "이 부장판사가 대법원에 들어오면 김 대법원장의 그립이 강해진다는 신호"라 말했다.
박노자 책 언급했던 이흥구
권순일 대법관이 9월 퇴임하면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대법관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은 박상옥·이기택·김재형 대법관 단 세명만 남게된다. 김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