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독립성 수호 인물”이라더니…최재형 흔드는 여권

중앙일보

입력 2020.07.2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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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최재형 감사원장 흔들기가 극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대정부질문에서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감사와 관련, “원장 친인척 중 원전업계 인사가 있어 원전업계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며 최 원장을 겨냥했다. 또 “(최 원장이)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국정과제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6일에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송 의원이) 최 원장이 한 발언이라고 소개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며 “(최 원장이)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냐’는 발언도 했다”고 거듭 압박했다. 어제는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월성 1호기 감사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또 국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조만간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월성 1호기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최 원장을 공격하고 있다. 노골적인 ‘감사원 흔들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 감사 결과 ‘월성 1호기 폐쇄는 부당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도 나오는 가운데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에 문제가 생길까 봐 최 원장을 공격하는 것은 아닌가.

월성 감사 발표 전 여권 인사들 줄줄이 공격
감사원 생명인 독립성·중립성 훼손 중단을

감사원법 2조에 “감사원은 대통령에게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돼 있다.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인 감사원은 그 독립성을 생명으로 한다. 그 수장을 맡은 최 원장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임명 당시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할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아들 두 명을 입양했고 고교 시절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2년 동안이나 업고 등하교시켰던 최 원장에겐 ‘미담 제조기’란 별명이 있다. 청와대도 이런 면모를 적극 홍보하지 않았나. 하지만 최 원장이 정부가 불편해하는 월성 1호기 감사를 시작하면서 여권에선 그에 대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급기야 최근엔 최 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리기에 이르렀다. 감사원이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독립성을 가지는 것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감사원의 독립은 법이 보장한 바다.
 
여권에서 쏟아내는 최 원장에 대한 공격을 보면 마치 감사원이 청와대가 하는 대로 움직이는 게 정답이란 소리처럼 들린다.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특히 최 원장에 대한 여권의 압박을 보면 임명 당시 추켜세웠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내치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경우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최 원장은 감사원 내부 회의에서 “외부 압력에 길들여진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이 맞다. 감사원이 지녀야 할 가치다. 여권은 감사원 흔들기를 중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