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환(69)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 얘기다. 그는 2006~2012년 대법관을 지냈다. 2018년 12월부터 유튜브 채널 ‘차산선생법률상식’을 운영해왔다. 구독자 10만 명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3일 인터뷰에 앞서 받아든 그의 명함에는 ‘변호사’ 자격보다 유튜브 채널 이름이 두 배 더 크게 쓰여 있었다.
5분 분량 "주제만 1주일 고민"
생활밀착형 법률 상식을 풀어 설명하는 덕분인지 젊은 시청자가 주로 그를 찾는다. 1997년 영장실질심사제도의 도입 과정 등 법 제도의 역사도 설명한다. 34년 법관 인생이 녹아 있는 주제인 셈이다. 법원의 민사사건 처리 동향, 사실심에서의 소수의견 등 심층적인 부분도 다룬다. 젊은 법조인이나 로스쿨생도 많이 구독한다. 박 전 대법관은 “전문성이 있으니 많이 찾아주는 것 같다”며 “최근엔 ‘유튜브에서 봤다’며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6년간 대법관 시절 매일 고시 공부하는 것 같았다고 술회했다. 주어진 양을 주어진 시간에 끝내야 했기 때문이다. 주로 주말마다 찍는다는 유튜브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걸 하니 스트레스는 없다”면서도 “주제를 찾는 과정은 힘들지만, 그다음은 쉽다”고 말했다. 딸이 편집을 돕고 촬영은 박 전 대법관이 혼자 한다. 준비물은 스마트폰 한 대와 삼각대. 구색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장소나 배경을 계속 바꿔가며 촬영한다. 지루함을 느낄 시청자를 위해서다. 가끔 어린 손녀가 등장해 시청자를 반기는 것도 그 이유다. 박 전 대법관은 “손녀딸이 유튜브 세대다 보니 본인 나오는 모습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귀엽다' 댓글 괜찮다"
26일 오후 기준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9만9600여명. 하지만 광고 수익은 내지 않고 있다. 유튜브 댓글 창엔 “이런 고급 정보를 공짜로 얻을 순 없으니 제발 광고를 넣어달라”는 장난 섞인 애원도 있다. 박 전 대법관은 “구독자 10만 명을 넘으면 생각해보겠다”며 웃었다.
“세월이 흐른 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가 상대방의 인간성을 존중한다면 좀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