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핸드폰사진관]‘희한하게 꼬였네’ 타래난초의 특별한 생존 비밀

중앙일보

입력 2020.07.25 13:42

수정 2020.07.25 15:06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타래난초

꽃이 참 묘합니다.
죽 늘어선 꽃들이  
가녀린 꽃대를 휘감으며 타고 오릅니다.
 
‘빙빙 꼬였네’라는 아이스크림 광고의 노래처럼  
그렇게 빙빙 꼬였습니다.

더구나 절묘하게도 아이스크림처럼 핑크빛입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타래난초

 
남한산성 성곽 둘레를 반 이상 걷고서야

희한하게 생긴 이 꽃을 찾았습니다.

개망초, 고들빼기, 달맞이꽃과 잡초 무성한 무덤가에서

어렵사리 만났습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타래난초

 
실타래처럼 꼬여서 이름이 타래난초입니다.

왜 이처럼 꽃이 꼬였을까요?  
 
조영학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꽃을 보면 한쪽으로만 주르륵 나 있습니다.
그러면 아래 꽃들이 광합성을 못합니다.

아래에 있는 친구들이 빛을 받게끔
자기 몸을 꼰 겁니다.”

 
골고루 햇빛을 받게 하려는  
놀라운 생존 전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타래난초

 
이 친구들은 유독 무덤가에 많습니다.

그래서 전설처럼 무덤에 얽힌 이야기도 있습니다.
 
조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망자의 꽃’, ‘번뇌의 꽃’ 이라고도 합니다.  
무덤에 묻힌 분이 승천하지 못하고

타래처럼 꼬인 한과 108번뇌를
다 풀어낸 다음에 간다는 그런 얘기가 있어요.
보시면 알겠지만 보통 꽃이 30~40개 정도 핍니다.
30~40개 꽃이 108타래를 풀려면 3년 정도 걸립니다.

얘네가 딱 3년밖에 못 삽니다.

타래처럼 꼬인 번뇌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내면서

연을 끊는 데 3년이 걸리는 거죠.”

 
 

권혁재 핸드폰사진관/타래난초

 
‘망자의 꽃’, ‘번뇌의 꽃’이라는 사연이  짠합니다. 
그나저나 얽힌 타래의 사연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꽃마다 꼬인 정도가 다릅니다.
막 피기 시작한 꽃은 거의 곧게 섰고
만개한 꽃은 지나치게 꼬인 탓에 외려 안 꼬인 듯 보입니다.
꽃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면서
제대로 꼬여 보이는 앵글을 찾는 게 
타래난초를 찍는 핵심 포인트입니다.
 
사진촬영 장면과 조영학 작가가 들려주는 타래난초 이야기는 
동영상으로 확인하십시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