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부양책으로 각국서 풀린 돈
금·은 등 안전자산 몰려 가격 급등
주식·회사채 값까지 폭등은 이례적
경기 나쁜데도 못 보는 착시 우려
은값도 강세다. 이날 은값은 4년 만에 가장 높은 온스당 22.68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27% 넘게 뛰었다. 경기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구리 가격도 2년여 만에 가장 비싸졌다.
회사채 금리도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투자등급 채권 금리가 지난 16일 2% 아래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기에 금이나 은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오래된 패턴이다. 경기가 꺼지면 안전 자산으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미 국채 금리가 떨어지는 것(채권값 상승)도 비슷한 흐름이다. 하지만 경기 흐름에 비춰볼 때 주식 시장이 활황을 이어가고, 회사채 가격까지 오르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전통적 경제 이론과 상식을 거스른 자산 시장의 활황은 시중에 흘러넘치는 유동성의 힘이다. 코로나19로 주저앉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국 정부는 재정과 통화 정책을 총동원해 막대한 돈을 풀었다. 각국이 풀어댄 돈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현금이나 요구불예금, 각종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통화량인 M2가 크게 늘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과 유럽·일본의 M2는 4620조 엔(약 5경1637조원)으로 1년 전보다 550조 엔이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M2도 한 달 만에 35조4000억원 늘며 통계 편제 이후 월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넘치는 유동성은 경기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 등이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이먼은 “경기 침체기인데 각종 정부 부양책으로 인해 충격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더 어두운 경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고, 그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