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곳은 주식시장만이 아니다. 금과 은값도 모두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8월물 금값도 트라이온스(31.1g)당 1870.18달러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23일까지 23.26%나 오르며 사상 최고치(온스당 1912달러)에 근접 중이다.
채권값도 오르고 있다(채권 금리 하락). 22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0.597%를 기록했다. 올해 초 1.8771%에서 3분의 1 넘게 떨어진 것이다. FX스트리트는 23일 “미 10년물 국채 실질 금리가 -0.88%까지 떨어졌다”며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회사채 금리도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투자등급 채권 금리가 지난 16일 2% 아래로 떨어졌다.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데이터 48년 역사상 처음이다.
경기 침체기에 금이나 은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오래된 패턴이다. 경기가 꺼지면 안전 자산으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미 국채 금리가 떨어지는 것(채권값 상승)도 비슷한 흐름이다. 하지만 경기 흐름에 비춰볼 때 주식 시장이 활황을 이어가고, 회사채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각국이 풀어댄 돈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현금이나 요구불예금, 각종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통화량인 M2가 크게 늘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과 유럽ㆍ일본의 M2는 4620조엔(약 5경1637조원)으로 1년 전보다 550조엔이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M2도 한 달 만에 35조4000억원 늘며 통계 편제 이후 월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넘치는 유동성은 경기에 대한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 등이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이먼은 “경기 침체기인데 각종 정부 부양책으로 인해 충격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더 어두운 경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고, 그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