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문은 김 의원이 열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두 번째 질문자로 나선 김 의원은 추 장관을 향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주무 장관으로서 왜 침묵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추 장관은 “검찰 단계로 넘어와 제가 보고를 받게 된다면 그때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 의원은 “장관님이 아들 문제에 대해선, 내 아들 신상 문제에 대해서 더이상 건드리지 말라고 아주 세게 말씀하시던데 이럴 때 아들 문제처럼 강력히 대처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추 장관은 발끈했다. 그는 “제 아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 의원님이 이 사건 질문과 제 아들을 연결하는 그런 질문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질의에도 금도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설전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장관의 핍박 논란으로 번졌다. 김 의원은 과거 추 장관이 의원 시절 법무부 장관의 검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는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이력을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그랬던 분이 지금은 검찰총장이 내 명을 거역했다, 지시 절반을 잘라먹었다고 해서 검찰총장을 겁박하시던데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수사의 공정성, 독립성을 침해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장관이 지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김 의원이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법안엔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도 이름을 올렸다. 지금은 내 편 수사를 하니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냐”고 되묻자 추 장관은 “그때는 3당이 합의를 통해서 만들어진 정권이었다. 여전히 검찰의 수사 독립은 보장되지 않았던 24년 전의 일”이라며 “지금은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수사의 독립성을 깨고 있는 검찰총장을 문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을 유념해주시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이 추 장관을 향해 법무부 공지 문자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대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설전은 정점에 다다랐다. 최근 법무부 장관이 공식 발표하지도 않은 법무부 입장문 초안을 최 의원이 사전에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해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추 장관이 작성했다는 법무부 입장문 초안의 특정 단어인 ‘수명자(受命者ㆍ법률 명령을 받는 사람)’라는 표현을 군 법무관 출신인 최 의원이 평소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사용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었다.
김 의원=“장관님 발언 자료를 다 뒤져봐도 수명자라는 말을 쓴 적이 없다니까요.”
추 장관=“법전에 있다니까요!”
김 의원=“왜 자꾸 따지려고 그래. 내 얘기에 답변만 하시면 되지. 국무위원이 지금 싸우러 나오셨어요? 장관님 기분 좀 가라앉히시고. 여기 와서 싫은 소리 좀 들으시는 거죠.”
추 장관=“제가 싫은 소리를 들을 자세는 돼 있는데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말씀해주시지, 모욕적인 단어나 망신주기 질문은 삼가시기 바랍니다.”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섰다. 박 의장은 추 장관에게 “정부 측에 말씀드린다. 의원의 질문은 국민을 대표해서 하는 질문이기 때문에 정중하게 답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 의원을 향해선 “국민을 대표해서 질문하는 것이다.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치를 지켜달라”고 했다. 야유를 보내던 회의장 내 의원들에겐 “경청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고성 설전은 또 이어졌다.
김 의원=“(수명자란 용어가) 법무부 알림에 들어가 있는 것 아니에요.”
추 장관=“저는 명령, 지휘 이런 말을 즐겨 씁니다. 왜 저는 쓰면 안 됩니까? 최고 감독자인데요. 그래서 검찰총장은 장관의 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로 수명자로 명확하게 쓴 거죠.”
김 의원=“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 그 논리가 되겠습니다.”
추 장관=“의원님 말씀은 최강욱은 수명자를 쓸 수 있는 남자이고, 여자 법무부 장관은 수명자란 용어를 쓰면 안 된다고 하시면서. 박원순 시장에 대한 피해자는 그렇게 안타까워하시면서, 제 아들 신상까지 결부시켜서 질문하니까. 죄송하지만 이 정도밖에 답변을 못 함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김기정·하준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