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임직원 세 사람이 사진 찍기에 한창이다. 강서영(25)씨와 신윤호(28)씨는 입사 1년차 신입사원. 이희성(49)씨는 경영지원부문 노경·지원담당 상무다. 이들은 LG유플러스가 지난해부터 진행하는 ‘거꾸로(리버스) 멘토링’ 참가자다. 20대 신입사원이 멘토가 돼 50대인 회사 임원에게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모든 것’에 대해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이통3사, MZ세대와 소통 대작전
LGU+, 신입사원이 임원 10명 코칭
KT 평균 29세 Y컬처팀서 혁신실험
SKT는 2030이 서비스 출시 결정
세 사람은 지난 5월 멘토-멘티로 매칭됐다. 첫 만남 때 이 상무가 먼저 “서로를 ‘○○님’이라 부르자”며 호칭부터 정리했다. 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어야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간 세 사람은 꼰대 테스트, 세대별 결혼관, 회사 제도에 대한 생각, 20대들의 자기 계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다.
이 상무는 “젊은 직원들의 속마음을 몰라 답답할 때가 있었는데 멘토링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에는 이 상무를 포함해 임원 10명이 멘티로 참여 중이다. 하현회 부회장도 조만간 멘토링 모습을 SNS에 영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Y컬처팀의 주요 임무는 KT 경영진과 직원 간 소통 프로그램 기획이다. 김 팀장은 팀의 역할을 ‘딱딱한 집안의 곰살맞은 딸’이라고 표현했다. 김 팀장은 “KT 임직원 2만4000명 중에 MZ세대가 4600명”이라면서 “일단 이들을 직접 만나서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는 작업을 1차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모든 상품과 서비스 출시 전에 젊은 직원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하고 지난 16일 주니어 보드를 발족했다. 만 24~37세 신입사원 38명으로 구성됐고 최대 3년까지 활동할 수 있다. 주니어보드는 지난달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박정호 대표가 직접 제안했다. 당시 박 대표는 “서비스 소비자는 MZ세대인데 왜 우리(기성세대)가 결정하나. 주니어보드가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통 3사가 신입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소통 방식을 바꾼 점에 주목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존에도 기업들이 사내 소통을 강화하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 달에 한 번 임원과 조찬 모임’처럼 윗사람 편한 대로 일방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성과는 미미했다”며 “이번 이통사의 변화는 젊은 직원에게 권한과 기회를 주는 방식이라 의미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