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피는 꽃이 있을까요? 아주 많답니다. 가을에도 꽃은 피지만 주로 풀에 피고, 우리가 먹을 만한 열매를 매달아 흔히 유실수라고 부르는 나무는 여름을 넘겨서 꽃을 피우기 어렵습니다. 여름에 꽃을 피워 가을에 열매가 익는 대추나무·밤나무를 떠올려 보세요. 가을에 꽃을 피워 가을에 열매를 커다랗게 맺기에는 부담이 크겠죠. 큰 열매가 아니더라도 여름에 꽃을 피우는 나무·풀이 오히려 봄보다 더 많다고도 해요. 온통 초록으로 우거진 계절, 수많은 꽃 중에서 곤충의 눈에 띄려면 저마다 멋진 작전을 써야겠죠.
매력적인 능소화
여름을 대표하는 꽃 중에 능소화가 있습니다. 나팔꽃과 비슷한데 겉은 귤색이고 안은 진한 다홍색으로 눈에 잘 띄죠. 숲속보다는 주로 공원이나 주택가에 많아 동네를 거닐다가 종종 만났을 거예요. 능소화의 이름 한자 능소(凌霄)는 ‘하늘을 올라간다’는 뜻으로, 덩굴나무라서 붙여진 이름 같습니다. 영어로는 Chinese trumpet creeper라고 합니다. 중국이 원산지이고 트럼펫처럼 생긴 덩굴식물이란 뜻이죠. 한때 능소화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을 한다는 가짜뉴스가 널리 퍼졌는데요. 식물학자·안과의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여러 매체를 통해 제대로 알려주셨죠. 누가 언제부터 그런 악의적인 거짓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능소화를 심고 가꾸고 보는 것을 원치 않아서 유언비어를 퍼뜨린 것 같아요. 과거에는 양반들만 심고 가꾸는 ‘양반꽃’이라고 불렸다는데 그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헛소문 같아요. 거짓말을 하는 것도 나쁘지만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능소화를 미워한 사람들도 되돌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여름꽃의 화려함
초봄엔 생강나무·산수유·개나리처럼 노란색 꽃이 많이 핍니다. 5~6월 초여름엔 아까시나무·산딸기·찔레·이팝나무·때죽나무·층층나무 등 흰색 꽃이 많이 핍니다. 한여름이 되면 꽃의 색깔이 화려해집니다. 열대우림에 사는 동식물은 모양과 색이 아주 화려하죠. 왜 그럴까요? 워낙 많은 동식물이 살기 때문에 짝짓기를 위해 경쟁을 피할 수 없죠. 경쟁에서 눈에 띄려면 힘도 세야겠지만 건강한 유전자를 갖고 있음을 화려한 무늬나 색으로 과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여름 식물도 비슷해요. 많은 종류가 꽃을 피워 곤충들을 부르기 때문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명하고 화려한 색과 무늬를 띠죠. 자귀나무·능소화·배롱나무·석류나무·붓꽃·참나리·접시꽃·봉숭아 등이 대표적이에요. 회화나무·쉬나무·칡·토끼풀 등은 꿀을 많이 만들어 곤충을 유혹하고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4 여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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