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가 왜 널려있지 하고 봤더니 다 벌레더라고요. 정자에 주렁주렁 달린 것 좀 봐” - 등산객 곽모(42)씨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등산로 여기저기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이 곤충의 정체.
나뭇가지 아니냐고요? 대벌레입니다.
[애니띵]여름철 벌레 떼의 습격
은평구 봉산 점령한 대벌레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곳에 등산객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벌레가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떼로요.
나뭇가지처럼 기다란 몸에 얇은 다리를 가진 이 곤충의 이름은 대벌레. 생긴 모습이 대나무와 비슷해 한자로는 ‘죽절충(竹節蟲)’이라고 하고요, 영어로는 ‘막대 곤충(Stick Insect)’이라고 불립니다. 보통 몸길이가 10㎝까지 자라는데요. 중국에선 무려 64㎝의 대벌레가 발견돼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등산객 곽모(42)씨는 “작년엔 이런 적이 없는데 올해 봄부터 작은 벌레들이 바닥에 보이더니 7월에 대벌레가 나타나 정자에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대벌레 재난 수준”…무덤에 악취까지
주민 최봉선 씨는 “이곳에 오면 오징어가 썩는 것 같은 냄새가 난다”며 “작년에도 대벌레가 있긴 있었지만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올여름 벌레 왜 이렇게 많은 걸까?
해충인 매미나방은 서울과 충북 등 전국 곳곳에서 도심 지역까지 대규모로 출몰해 피해를 주고 있죠. 이 때문에 충북 단양에서는 불빛으로 매미나방을 유인한 뒤, 주머니에 가둬서 잡는 기계까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올여름에 유독 벌레떼의 습격이 많은 걸까요?
전문가들은 올겨울에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벌레들의 월동 치사율이 낮아져 부화 개체 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천적이 없고 서식환경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대발생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죠.
김동언 국립생태원 외래생물연구팀 박사는 “곤충에 생활주기는 기온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최근에 겨울과 여름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번식능력이 좋아지고 있다”며 “기온이 올라가면서 알에서 성충이 되는 기간이 짧아지고 있고, 유충의 초기 생존율까지 급격히 높아지다 보니까 (여름철 벌레의)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온난화로 점점 심각해지는 여름철 벌레들의 습격.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최연수·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은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했습니다. 인간이 그렇듯, 지구상 모든 생물도 그들의 스토리가 있죠. 동물을 사랑하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만든 ‘애니띵’은 동물과 자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