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올해 경제 전망은 더 나빠졌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0.2%)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복세가 더딘 건 수출 때문이다. 2분기 수출 감소 폭이 예상보다 컸고, 3분기 상황도 예단하기 어렵다. 코로나19 확산세가 2분기에 정점에 이르리란 당초 예측이 빗나가면서다.
이주열 “성장률, 최악 시나리오까진 아닐 것”
이런 상황에 맞춰 한은은 당분간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건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자산시장의 버블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한은에 따르면 5월 광의통화(M2)는 3053조9000억원으로 4월보다 35조4000억원(1.2%) 늘었다. 월별 증가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에 머니마켓펀드(MMF)나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다.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이라 보면 된다.
M2가 급증한 건 기준금리가 낮아지고, 이자상환 부담이 줄어든 기업과 가계 모두 대출을 많이 늘렸기 때문이다. 상당 기간 저금리가 이어질 것이란 예측,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맞물린 결과다. 이런 돈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한쪽으로 쏠려,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건 우려할 만하다. 다만 이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을 부동산 가격 상승 가능성과 직접 연결하는 시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성장과 물가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일 뿐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해서 결정했다고 생각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지만, 곧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도 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최근 두 차례 대책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의지가 강력하다는 걸 보여준다”며 “주택 가격의 추가 상승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동성 급증 우려 있지만…인상 단계 아니다
현실적으로 기준금리를 더 내리기 힘든 측면도 있다. 사실상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최저치(실효하한)까지 낮췄기 때문이다. 정해진 실효하한은 없지만 ‘가까워진 건 맞다(이 총재)’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보통 금리를 낮추는 건 경기 부양을 위해서다. 하지만 실효하한 아래로 내려가면 환율 상승으로 인한 자본 이탈, 가계 부채 상승 같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금통위원 사이에서도 미국이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거나, 코로나19 전개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는 등의 큰 변화가 없으면 금리를 더 낮추긴 어렵다는 의견 일치가 있는 거로 보인다”며 “대출이나 자산매입 등 다른 정책수단을 활용해 경기 부진에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신용등급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목적으로 정부와 함께 설립하기로 한 특수목적기구(SPV)도 이르면 7월 중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정부 출자금(1조원)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설립 절차가 거의 마무리됐다. 한은은 17일 임시 금통위를 개최해 SPV 대출 한도와 조건을 의결할 방침이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