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진실' 밝혀지나...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0.07.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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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성추행 고소 사실 유출 및 은폐 의혹을 서울중앙지검이 맡아 수사하게 됐다. 수사 과정에서 성추행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사건을 경찰로 내려보내지 않고 직접 수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출·은폐 의혹 서울중앙지검으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현장기자단.

 
16일 대검찰청은 박 전 시장 관련 고발장 4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배당했다.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 그렇다면 어느 부서에서 맡을지는 중앙지검에서 결정한다. 박 시장과 관련된 의혹은 크게 두 갈래다. 먼저 전직 비서가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사실이 경찰청, 청와대를 거쳐 박 전 시장 본인에게까지 전달됐다는 의혹이다.

 
피해자 A씨는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 사실은 경찰청을 거쳐 청와대 국정상황실로 보고됐다. 고소인은 이튿날 새벽 2시 반까지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박 시장은 고소인 조사가 끝난 9일 오전 10시44분쯤 공관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다.

 
고소장이 접수된 바로 다음날 박 전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경찰청 또는 청와대에서 박 전 시장 측에 피소 사실을 알려주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13일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고 경찰청도 의혹을 부인했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서울시 임순영 젠더특보가 고소 사실을 인지하고 박 시장에게 이를 전달했다는 말도 나온다.


 

성추행 실체 접근할까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과 유골함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박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이동하기 위해 운구차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을 비롯해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유출 의혹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민갑룡 경찰청장과 경찰 관계자,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 등이 ‘유출자’로 지목돼 고발된 상태다. 혐의는 공무상 비밀 누설죄, 증거인멸 교사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 등이다.

 
서울시청 직원들이 비서의 성추행 피해 호소를 뭉갰다는 의혹도 있다. 앞서 피해자 측은 지난 4년간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으며 이를 서울시 직원들에게 수 차례 알렸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시민단체 활빈단 등은 서정협 서울시장권한 대행(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비롯한 전ㆍ현직 서울부시장 및 비서진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 가능성

대검이 관련 사건들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하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를 직접 수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수사 대상이 경찰과 청와대, 서울시 관계자인만큼 경찰에 내려보낼 사안의 아니라고 봤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뚜렷하게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성추행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수도 있다. 피해자가 고소한 사건은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인해 ‘공소권 없음’ 처분되지만 검찰이 유출·은폐 여부를 확인하려면 성추행 의혹의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고소 내용과 경찰 진술, 두 사람 간 휴대전화에 담긴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박 시장의 사망 경위는 별도로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수사중이다. 현재 박 전 시장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작업이 진행중이다. 전날 고한석 전 서울시 비서실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지난 4월 7일 임명된 고 전 실장은 일부 언론으로부터 박 전 시장의 사망 전 행적에 대해 잘 아는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