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고소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성추행 고소 건과 별개로 진보단체가 제기한 사자명예훼손 고발건이 변수로 떠올랐다. 사자명예훼손 사건의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도 비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사자명예훼손 고발 건 경찰청이 담당
신승목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대표는 “가세연 출연자들이 유튜브 방송에서 웃으며 고인을 조롱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이들의 행위는 엄격한 예의와 도덕적 불문율, 금도를 넘어선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매우 파렴치하고 죄질이 불량한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고발장에서 가세연 출연자의 “최고 일간지 취재기자에게 들은 바로는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허위 사실로 적시했다.
수사 진행되면 성추행 혐의 실체 밝힐 수도
실제로 과거에도 사자명예훼손죄의 수사 과정에서 의혹의 진위 여부가 밝혀지기도 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2010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면서 자살에 이르게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해당 발언이 허위임이 밝혀져 조 청장은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형법 제308조에 규정된 사자명예훼손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친고죄라 유족 동의해야 수사 가능
권경애 변호사(법무법인 해미르)는 “사자명예훼손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유족들이 고소를 하거나 동의를 해야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며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고인의 명예가 더 실추될 수 있고 법적 공방에서 유족에게 입증 책임이 있기 때문에 유족들이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고발장을 낸 단체도 유족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정치적 행위를 한 것 같다”며 “단체가 낸 고발 건은 각하될 가능성이 높지만 유족이 사자명예훼손에 대해 직접 고소를 한다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의 실체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