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여름 휴가를 가지 않았다. 일본의 수출규제 등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7월에는 일본을 방문해 현지 대형은행과 반도체 소재 업체 관계자 등을 만났다. 2018년에는 유럽 출장길에 올라 글로벌 자동차 업체 관계자들과 회의를 했다.
경영환경 불투명 자리 못 비워
자택 머물며 포스트 코로나 구상
구광모 휴가계획, 일정은 못 잡아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자동차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돼서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부상 등에 따른 미래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국내 주요 그룹사 총수 중 대부분은 이번 여름에 휴양지로 떠나는 휴가를 선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 분야별로 새로운 고민거리가 떠오르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거느리고 있는 게 많은 만큼 고민도 많은’ 모양새다.
지난해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여름을 보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는 한국에 머물며 경영 현장을 챙기기로 했다. 유통·화학 등 국내 계열사들의 실적 하락 속도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올 초부터 꾸준히 계열사별 현금 유동성 확보를 강조해 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여름 휴가 기간 중 자택에 머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존 방향에 대해 고민할 계획이다. 허 회장과 정 부회장은 모바일과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디지털 혁신을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보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아직 휴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최 회장의 여름 휴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포스코 안팎에선 “경영위기를 반영한 결정”, “그만큼 불황 극복책이 절실하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4월 포스코는 올해 매출액 전망치(연결 재무제표 기준)를 57조5400억원으로 수정했다. 지난 1월 제시했던 전망치(63조7900억원)보다 6조2500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이수기·강기헌·최선욱 기자 lee.sooki@joongang.co.kr